여행과 인생

by 고잉웰제이드


많은 이들이 여행을 인생에 빗대어 말한다.

이처럼 인생에 빗대어 언급되는 것들이 꽤 있는데, 지금 내 머릿속을 스치는 것은 ‘바다 위에서의 서핑’, 그리고 ‘나와의 싸움, 마라톤’ 이다.


가수이자 배우인 엄정화가 '서핑이 참 인생 같다'고 말한 것을 본 적 있다.


"패들링을 해서 정말 좋은 파도를 만나러 막 가야돼. 가는데 파도가 계속 쳐! 그럼 어떨 때는 보드를 잡고 파도 밑으로 피해야 하고, 가다가 뒤집어질 때도 있고, 아니면 갔던 방향 그대로 다시 돌아가. 다시 밀려. 그래서 또 라인업(파도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가. 그럼 거기에서 겨우 한숨 돌리고 앉는거야. 내가 처음 라인업을 했을 때, 눈물이 나더라? 수평선을 보고 앉아있는데 너무 눈물이 나더라고.


이거 인생이네.

어떤 일에 휘말리고 실패하고, 파도를 타려고 막 열심히 오는데 못 갈 때도 있고, 돌아서도 가고, 너무 힘들게 갔다가, 결국은 거기에 앉아. 그런데 앉아도 바로 탈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음이 급해서 성급하게 타잖아? 그럼 다시 넘어져. 그럼 다시 출발 지점까지 밀려가. 그럼 뭐겠어? 또 다시 가는 거야. 그리고 한참 기다려. 이 파도 탈 수 있을까? 못 타겠지? 기다리다가 반나절이 지나가기도 하는데, 정말 좋은 파도가 와서 타는거야.

좋아하는 걸 했을 때 너무 행복하고, 그걸 갖지 못해서 너무 힘들어하고 노력하고, 그래도 한 번의 기쁨을 위해서 내가 견디고 가는 일이, 내 인생 같아."



마라톤을 두고 하는 'the journey was reward'라는 말이 있다.


마라톤 대회를 나가곤 했는데, 달리기를 하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기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출발!'하는 소리에, 사람들과 우루루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같이 뛰던 사람들이 저 멀리 앞서 가기도, 어떤 사람들은 내 뒤에서 천천히 달려오기도 한다. 그럼 그저 내 페이스 대로 달리기를 유지하면 된다. 나의 속도를 알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숨이 차고, 쉬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쉬고 싶다가도, '조금만 더 뛰어볼까? 저기 앞에 있는 나무까지만 뛰어보고 너무 힘들면 그때 가서 쉴까?' 생각이 들어 뛰다보면, 그 나무를 이미 지나 달리고 있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다음 나무, 그 다음 나무 까지만 뛰자, 생각하면 뛰어진다. 휴식이 필요할 때는 잠시 쉬어가면, 금방 에너지가 충전되어 또 달릴 힘을 준다. 도착지점을 생각하면 마냥 멀어보이지만, 열 걸음씩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결승지점과 어느새 가까워져 있다. 이게 인생이다. 참, 인생도 이와 같다.

달리기 코스를 모두 끝내면, 내 목에 마라톤 메달을 걸게 된다. 그 메달은, 마라톤 출발 지점부터 도착 지점까지 달리는 그 여정 전체를 담고 있는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맞아, 이게 인생이지'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여행 자체가 인생 같기도, 여행을 하면서 인생의 지혜를 느끼기도, 또는 여행 자체가 낯선 이들의 인생을 엿보고 오는 일이기도 하다.

여행은 그 무엇 자체이기도, 그 무엇을 보게 해주는 무언가 이기도 하다.


여행은 어떤 사람과 함께 떠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되곤 하는데, 인생도 그렇다. 나의 어린시절에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찬란했는지. 현재 내 곁에는 누가 있는지, 나는 누구 곁에 있어주는지, 그리고 미래에는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지.


여행을 수동적인 태도로 하느냐, 능동적인 태도로 하느냐에 따라 완벽히 다른 여행이 되기도 한다. 한번은 태국으로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태국에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만 기억이 날 뿐, 그 외로는 흐릿한 기억 뿐이다. 반면에, 어떤 여행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시선 또는 어떤 감정 등 여러가지에 빠져, 그저 강물에 빠진 뗏목처럼 흘러갔던 적도 있고, 내가 뱃사공이 되어 이쪽저쪽 방향키를 돌리기도 한다.


화,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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