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개국, 5개 도시를 여행했다.
레이아웃(다음 비행기로 갈아타기 전에 잠시 환승 도시를 여행하는 것)한 도시를 포함하면 4개국, 6개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포르투갈로 향하는 비행기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잠시 머물다 간 덕분이다.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포르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프랑스의 니스와 파리를 여행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항공권 비용을 아끼고 싶어 1회 경유를 택했는데, 마침 경유지는 잠시라도 경험해보고 싶었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잘됐잖아?'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6시간 정도의 레이아웃 시간이 생겼다.
알람이 울린다. 내가 예약한 KLM 네덜란드 항공은 30시간 전에 온라인으로 사전 체크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까먹지 않고 사전 체크인 하기 위해 알람을 맞춰놓았다. 오랜 시간 앉아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에게 편한 자리를 선택하기 위함이다. 좌석 선택을 마치고, 위탁수화물 무게도 확인하고, 로밍도 완료, 환전도 공항에서 바로 할 수 있게 모바일 앱으로 완료! 거의 모든 준비는 끝났다. (사실 어떤 준비가 덜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을 대비해 100%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확신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밤 11시,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숨 청한 뒤, 13시간 장시간의 비행 끝에 암스테르담 도착이다. 유럽 연합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가니, 아침 6시, 동이 막 튼 것 같은 아침이었다. '이제 여행 정말 시작이다!'
9시에 반고흐 미술관이 열리기 전까지 나의 계획은, 시내로 이동해 주변을 구경하고 브런치 한 끼를 하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스터 신용카드를 버스 탑승할 때 태그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내가 여행했던 어떤 나라보다 교통수단 이용이 간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심지어 그 어떤 나라보다 구글지도에 나오는 버스도착예정 시간이 정확한 편이고, 배차간격도 비교적 짧았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걷기!'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한 후, 걷기 시작했다. 브런치 카페도 아직 오픈 전인 이른 시간이기에 근처 공원에 가기로 한다. 구글 지도에서 도착까지 15분 정도가 걸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30분 정도가 걸릴 것을 알고 있다. 사진에 담고 싶은 것을 발견하면 카메라를 꺼내 들어 찍어야 하고, 시내의 온갖 번쩍거리는 fancy한 매장들이 열리기 전, 현지인들의 삶을 꼼꼼히 엿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눈길이 가는 주변 풍경에 홀려 걷다 보면 반나절 만에 15,000보를 걷는 것이 여행의 매력 중 하나 아니겠는가.
개들이 보호자보다 먼저 일찍이 일어나 하루를 맞이하는 것은 만국 공통인가 보다. 한 개가 소파에 앉아 창밖으로 풍경을 구경하고 있다. 골목을 걷다 보니, 건물들 몇몇 창문에는 불이 켜지기 시작했는데, 하루를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1층 커튼 사이로 계란 프라이를 하며 아이들을 깨우는 부모님의 모습도 엿보인다. 공원에는 개들과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유럽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은 반려견들이 '정말 크다'는 것이었다. 물론 소형견, 중형견을 키우는 반려인들도 많겠으나, 우리나라에서 보는 대형견 정도가 아니라 특대형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자전거의 나라답게 건물들 앞에는 자전거가 나란히 정렬되어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듯한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자전거 뒤에 카트(짐칸) 같은 것을 연결해 아이들을 싣고 학교 등원을 하는 부모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 한 명이 아이 두 명을 태우고 등원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 같아 보였고, 심지어 아이 세 명을 태운 부모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라 이색적이면서도 검소하면서도 정겹게 느껴졌다.
신호등이 없는 짧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한 차량이 지나가려고 다가온다. 만약 내가 서울에서 출근하는 길이었다면 허겁지겁 이었겠지만, 급할 것이 없는 여행자였기에 '먼저 지나가세요'라는 의미로 손을 저어보았다. 그러자 차량 운전자는 웃으면서 나더러 먼저 지나가라고 했다. 나는 한 번 더 '진짜 먼저 지나가세요. 저는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라는 의미로 손을 한 번 더 젓되 조금 더 강하게 손목을 휘둘러보았는데, 운전자는 조금 더 크게 미소 지으면서 '먼저 가세요'라는 바디랭귀지를 보였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thank you'라고 말하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운전자 보다 보행자 우선의 매너가 깃들어있음이 와닿았다.
아침 공기 마시면서 산책하니 잠이 살짝 몰려왔다. 집에서 떠나온 지 30시간쯤 되니 침대가 그리워졌다. 회사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바로 밤비행기, 그리고 13시간 비행하고 레이오버라 피곤할 만 하긴 했다. 이쯤 되니 수면욕 관련된 모든 세포가 빨리 눕고 싶다고 아우성이었기에, 카페로 옮겨 커피 한 잔으로 카페인을 충전하고 여행을 이어갈 힘을 얻어야 할 타이밍이다.
브런치 카페의 오픈 첫 손님으로 입장했다. 카페 매니저는 한숨 푹 잘 잔 것 마냥 아침의 피곤함은 없다는 듯 환한 미소로 맞이했고, 나는 아보카도치킨샌드위치에 따뜻한 라테를 주문했다.
그녀는 여행 중인지, 여행 며칠차인지, 어디를 가는지 등 자연스럽게 간단한 대화 small talk을 걸어왔다.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서빙을 담당하는 그녀는 야외 테라스와 실내 테이블을 쉬지 않고 누비며 손님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누군가와 내 하루 계획을 정리하며, 하루의 시작을 다급하지 않게 여유 있는 대화로 시작하는 것은 매우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특별한 이 일이 카페 단골들에게는 매일 있는 하루의 시작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떠올랐다. 그리고 하루의 시작을 꼭 진심을 담은 것이 아닐지라도, 형식적인 것일지라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 하루 시작의 순간을 나눈다는 것은,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좋은 출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피곤한데 굳이 하루 시작에 수다나 떠는 것 같고 방해할 필요 있을까?' 하며 냉소적이기보다, 형식적인 인사라도 건네는 실천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기대했다.
"Everything's fine?"
카페 직원은 브런치를 음미하는 나에게 또다시 다가와 물었고, 그녀의 질문에, 엄지를 들어 올리며 'great!'이라고 당차게 답했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I'll be back'을 말하는 아널드 슈왈제네거 같았다.
비록 서비스의 일종일지라도 괜찮은지, 잘 즐기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사소한 일일지라도 어떤 날에는 꽤 큰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