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행형 Jan 18. 2024

먹고 자고 싸는 일상

겁 많은 유기견 임시보호 일기 6: 무디의 1주 차 루틴



  배변은 무디가 보호소에서 배변패드를 사용해 봐서 그런지, 배변패드에 잘했다. 집안에서 어떤 곳을 무디가 잠자는 곳으로 생각하고, 어디를 배변하는 곳으로 생각할지 몰라, 배변패드를 집안 곳곳에 펴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사료를 올려두니 무디가 사료를 먹을 돌아다니다가 발의 감촉으로 알아채고 그 위에 배변을 했다. 그리고 서재에 있는 배변패드에만 오줌을 누는 것을 보고 한 곳으로 배변 장소를 확정했다. 

  물론 예외의 상황도 있었다. 집에 있는 거실 러그, 화장실 앞 발매트, 무디 잠자라고 둔 방석에도 쉬를 했다. 누가 말하길, 러그는 강아지에게 대왕 배변패드일 뿐이라고 했다. 그 이후, 러그를 치우니 무디는 배변패드에 정확하게 잘했다.      


  남편은 무디 배변하는 걸 보더니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아기를 낳으면 기저귀는 어떻게 갈아주고 똥은 어떻게 닦아줄까 상상이 안 됐어. 냄새나고 싫지 않을까 했는데, 무디 똥을 보고 알았어. 무디 똥 싸놓은 걸 보는데 그것만으로 너무 귀여운 거야.”

  남편과 나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는데, 무디가 나와 자리를 잡더니 거실 러그에 쉬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는 둘 다 눈빛 교환하며 속으로만 놀라고 겉으로는 소리도 내지 않았다. 무디는 우리 집을 편안하게 느끼지도 않는데, 쉬를 할 때 소리를 내면 다른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무디가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우리는 당황함이 섞인 웃음소리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러그를 화장실로 가져가 빨았다.    





  무디의 잠자는 장소를 바꿔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침대 밑이나 서랍장 밑은 불편하기도 하고, 무디가 무서울 때마다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켄넬 안에 간식을 놓아주니 이번에도 삼 세 번 법칙이 통했다. 처음에는 뒷다리를 켄넬 밖에 고정하고 머리만 쑥 넣어 간식을 먹었다. 두 번째에는 몸을 반쯤 넣어 간식을 먹었고, 나중에는 켄넬에 완전히 들어가 돌아 나왔다. 그렇게 무디는 켄넬에 적응했고, 켄넬에서 잠을 잤다. 

  서랍장 밑이 아니라 켄넬에서 자기 시작한 것은 희소식이었으나, 무디는 이때부터 ‘켄넬 분리불안’을 앓았다. 켄넬에서 나오면 불안해했고, 켄넬에서 아예 나오지를 않았다. 오히려 다른 강아지들은 켄넬 적응이 잘 안 된다고 하는데, 무디는 오히려 켄넬과의 분리불안이 생겼다. 

  그렇지만 무디만의 마음 편히 쉴 공간이 생긴 것은 무디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고, 병원을 갈 때는 켄넬만 들고 가면 되니 병원 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차로 이동할 때도 무디는 켄넬 안에 엎드려 잠을 청하기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집이 조금은 편해진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