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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Jan 18. 2024

내 자식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유기견 입양 일기 2: 동물훈련사에게 상담받다



  무디가 한 달이 지나도 켄넬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무디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을지 모른다. 내 입장에서는 무디랑 산책도 가고 싶고, 무디랑 같이 놀며 사람이랑 놀면 더 재밌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는데, 무디는 뜬장 생활을 하다가 켄넬이라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멀리 봤을 때는 무디가 가족과 교감을 하고 무섭지 않은 존재로 인식하고, 집을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무디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고민했다.      


  한 달 동안은 무디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종 간식만 놔주고 먼저 다가오면 냄새 맡게 해 주고 신뢰를 깰 만한 것은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도 무디를 믿고 시간을 더 주기만 하면 될지, 아니면 여기서 무언가를 더 해야 할지 확신이 없었다. 물론 간식을 켄넬 밖에 두어 스스로 나오도록 유도하고, 그 거리를 좀 더 켄넬과 멀리해서, 행동반경을 넓히고, 집안 곳곳에 사료를 두어 무디가 테이블 위 냄새도 맡고 돌아다니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내 몸에 간식을 두어 무디가 내 몸을 스스로 접촉하게 한다든지 하는 것들은 했지만, 이 이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했다.      


  신뢰할 수 있는 동물훈련사가 있다면 추후 방문 훈련도 받을 예정이었다. 그전에, 우선은 온라인상에서 동물행동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리뷰와 이력 등을 꼼꼼히 읽어보고 최대한 무디와 같은 반려견 경험이 많은 동물훈련사를 찾았다. 

  그는 무디의 경우 스스로 마음을 열기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디는 도망치기를 반복하고 있어 회피성향이 강해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정상적인 사회화가 어려워요. 그래서 켄넬에 자꾸 숨게 해주는 것보다는 목줄 등으로 리딩을 시작하고, 낯선 환경도 경험해서 적응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조금은 갸우뚱했다. 그의 말에 이론적으로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는 했으나, 무디에게 적절한 방법이라고 설득이 되지 않았다. 

  겁 많은 강아지나 켄넬을 벗어나면 불안해하는 강아지, 사람만 보면 도망가는 강아지 등 유튜브 영상이나 책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게 최대한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해 주고 기다려주는 솔루션이 대부분이고, 리딩을 해 켄넬에서 끌어 꺼내는 것은 본 적이 없어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자 그는 ‘그런 TV 방송 속에 나오는 강아지들은 진짜 문제가 있는 강아지들이 나오는 게 아니에요. 큰 문 없는 강아지들만 나오는 거죠’라는 말을 했다. 우선 전문가의 답변이니, 귀 기울여 듣고 내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 그러나 속으로, 방문 훈련을 받게 되더라도 이 훈련사에게는 받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잘 맞는 조합이 있듯, 무디와는 잘 맞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무디를 구조한 단체에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무디가 시간이 지났는데 좋아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훈련사와 정반대의 답변을 주었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사회화’라는 것이 ‘좋은 대견과 대인’으로 한정 짓기에는 부적합하고 말하며, 무디에게 시간을 좀 더 주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 사람도 성향이 모두 다르듯이, 무디처럼 타고난 성향이 신중하고 조심스럽다면 무디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두 번의 대화를 끝내자, 나의 마음을 정리가 되었다. 오히려 속 시원해진 기분이었다. ‘내 자식은 내가 제일 잘 알아’하는 마인드로 무디를 돌보면 되겠구나. 생각해 보면, 사람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를 들어, 교육면에서 선행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굳이 선행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은 아이의 성향과 속도에 맞게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디의 입양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내가 무디의 보호자라는 생각보다는 임시보호자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나의 주관대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입양을 결정하고 나자, 현재 무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기 때문에 그동안 봐왔던 것들을 토대로 무디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만약 무디에게 문제행동이 발견되고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무디는 용기를 내며 잘해나가고 있었고, 무디만의 속도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이젠 오히려, 무디와 같이 겁이 많거나 사람과의 교감이 없었어서 사람과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지 모르고 무서워하는 강아지를 케어하고 있는 보호자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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