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초지대교 아침이 시작되는 때에 강 건너 김포가 보이는 곳에서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강화로 드나드는 차들이 벌써 부지런히 오간다.
지금 가는 길은 도로 밑으로 난 길이라 소음은 있지만, 걷기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직선 길은 걷기에 좋은 길이다.
지금 체감적으로 너무 춥다는 것이 느낀다. 어제보다 10도가 낮아졌고, 그러니 느끼는 추위는 심하다. 바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막고 걷지만, 날씨에 적응하는 시간이 길었다. 멀리 강화 들녘에 해가 내리고, 부지런히 움직이니까 몸이 적응된다. 길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와
다른 조경수도 심어진 멋진 길이다. 부지런히 걸어도 직선 길은 끝이 없다.
낚시터를 지나서 길의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도로를 따라 걷는 직선 길이다.
길상면 소재지가 보이는 곳에서 좌측으로 전등사 남문을 지났다. 길상면에 들어서면서 마을 도로 길을 따라 걸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길상면에서 잘 지은 교회의 십자가가 보이는 곳을 지나서 농로 길을 걸었다.
농로 길을 가면 길정 저수지가 보이고 계속 시골길이다.
이어지는 농로와 도로 길을 가다 보면, 100코스가 끝나고 101코스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도롯가에 서 있다.
이 코스부터는 마을로 들어가면서 멀리 잘 지은 집들이 보인다. 그 집들은 같은 모양으로 나란히 지어져 있다. 그것을 색깔로 구분해 놓았다.
그 마을 중간을 통과해서 산으로 올라갔다.
산길이 시작되고 강화 석릉을 만났다. 석릉은 고려 희종의 무덤으로 최충헌의 횡포가 심해지자 그를 제거하려다가 실패하고 유배를 당했다. 그 후 용유도에서 세상을 떠나 이곳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계속되는 길은 산길이다. 산의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산기슭을 걷는 길이다. 날씨가 포근한 봄날이면 이런 길을 걸으면 졸음이 올 정도의 평화로운 길이다. 산기슭을 돌아서 가는 길은 긴 길이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이 주변에서 이름 있는 산인 진강산 기슭을 걸었다. 그 길에서 진강정이 나오고, 얼마지않아 강화 가릉이 나온다. 이 가릉은 고려 원종의 왕비 능이라고 한다.
이렇게 걷는 길을 강화에서는 강화 나들길로 명명하고 있다.
산기슭 길에서 능내리 마을을 만났다. 그 능내리에서 다시 산기슭 길을 걸었다. 이 산기슭이 끝나는 부분에 정제두 묘가 있었다.
지금 코스 길을 계속 걷다 보면 김취려의 묘가 있다는 표시도 있고, 한참을 가면 이건창의 묘가 있다는 표시가 나온다. 이번 코스는 묘가 많은 특이한 길이다.
이제 큰 동네인 건평리를 지나면 건평 항에서 바다를 만났다. 바다에는 물이 빠져 갯벌이 보이지만 앞이 확 트인 곳이다.
건평 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천상병 귀천 공원”이 있다.
바다를 보면서 벤치에 앉아 있는 조형물이 동화 속의 어린 왕자처럼 보인다.
공원에는 천상병 시인이 술병을 들고 웃고 있고, 귀천의 시를 뒤편에 조각해 놓았다. 새가 되어 하늘로 돌아간 천상병 이곳이 무슨 관계있는지 궁금하다.
천상병 시인은 차비가 없어서 고향 마산에 가지 못하고, 늘 바다를 그리워하다가 이곳 건평에 자주 왔다고 한다. 그때 한잔하고 쓴 시가 귀천이라고 한다.
귀천에서 “소풍 와서 즐겁게 놀다가 하늘로 돌아간다”는 그의 마음을 이야기하듯 웃으면서 술병을 들고 있는 동상이 천진해 보였다.
여기서부터는 도로를 따라 걷는 긴 길이다.
외포리 항이 멀리 보이는 지루한 길을 걸었다. 외포리 입구에 군함 공원이 나오고 외포리 항에 도착했다.
외포리 항도 예전에 온 적이 있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항구는 기억나지 않는데,
외포항 젓갈 수산물 직판장에 들어가 구경한 기억이 있다. 문이 닫혀서 옛 추억과 맞추어 보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