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매미들의 합창과 독주
용유도는 내가 3년간 근무하며 반나절 코스로 자주 가던 추억의 장소였다. 작은 절 옆, 꽃밭에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가 파도처럼 번져왔다. 절 마당 곁, 큰 나무 아래로 들어서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작은 나뭇가지와 풀잎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느다란 줄기 위에도 매미의 껍질이 매달려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마리의 흔적이 빽빽이 자리하고 있었다.
눈앞의 풍경은 마치 작은 생명들의 탈의실 같았다. 나는 이곳을 '매미의 탈의장(脫衣場)'이라고 이름 붙였다.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처럼, 가지와 풀잎은 모두 옷걸이가 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껍질들은 빨랫줄에 널린 옷처럼 흔들렸고, 그 하나하나가 생의 환생을 증명하고 있었다. 땅속에서 긴 세월을 보내온 이 작은 생명들이, 지상에서의 단 일주일, 그 화려한 날갯짓을 위해 마지막 탈의식을 치르는 순간이었다. 긴 기다림 동안 천적을 피하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아껴온 시간. 이 모든 준비가 바로 지상의 짧은 생애를 위한 것이었다. 수십 마리가 함께 남기고 간 흔적은 여름 한철의 짧지만 압도적인 축제 같았다.
며칠이 지나, 이번에는 우리 집 발코니 화단에서 홀로 움직이는 손님을 발견했다. 늦여름의 밤, 꽃 사이로 날아든 왕매미 한 마리. 거실 불빛을 한낮의 태양으로 착각한 듯 머루나무 옆 망고나무에 자리를 잡았다. 고요한 어둠은 단숨에 깨졌다.
발코니 화단에는 머루 넝쿨이 가볍게 얽혀 올라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이국적인 망고나무가 키를 세우고 있었다. 포도송이처럼 맺히는 머루의 작은 열매와 넓고 두터운 잎을 가진 망고나무 사이에 앉은 왕매미는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이 방문객은 나뭇가지를 타고 조금씩 이동하며, 울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윤기 나는 등판은 불빛에 번쩍였고, 투명한 날개 가장자리에 둘러진 검은 테는 단단한 갑옷처럼 느껴졌다. 숲의 한 조각이 날아와 앉은 듯 위엄이 있었다.
잠시 뒤, 내가 거실 불을 끄자 그 울음도 조용해졌다. "지잉― 지잉―" 울음은 사라지고, 발코니 화단에는 고요가 내려앉았다. 땅속에서 오랜 기다림을 견뎌낸 이 손님이, 지상의 짧은 생애를 조용히 시작한 순간이었다. 용유도에서 보았던 수십 마리의 집단 탈피가 여름의 축제라면, 우리 집 발코니를 찾아온 이 한 마리 왕매미는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독주자였다.
이 모든 장면을 바라보며 나는 깨달았다. 긴 세월을 땅속에서 견뎌낸 작은 생명이 단 며칠의 지상 생애를 화려하게 펼치듯, 우리 삶에도 긴 기다림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매미의 삶을 보며 생각했다.
'내 삶의 긴 땅속 세월은 무엇이고, 그토록 기다려온 화려한 짧은 순간은 무엇일까?'
수십 마리의 합창과 한 마리의 독주를 통해, 생명은 공동체 속에서도, 홀로서기 속에서도 각자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지닌다는 것을. 자연과 시간, 기다림과 순간, 그리고 기억과 현재가 이어지는 이 여름밤, 이 작은 존재 하나가 내게 큰 삶의 교훈을 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