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포장 공사
밤 10시 57분, 인주대로 왕복 8차선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 정적을 뚫고 거대한 기계가 불꽃을 튀기며 달리고, 검은 옷으로 단장한 아스팔트가 눈 깜짝할 사이에 펼쳐진다. 그 광경은 오래된 기억 하나를 불러왔다.
1970년대, 우리 집 앞을 가로지르던 신작로. 여름 내내 계속된 공사로 석유 냄새와 함께 뜨거운 지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삽과 곡괭이를 휘두르던 인부들의 땀방울이 그 뜨거운 길 위에 소금꽃처럼 스며들었다. 흙먼지에 익숙해졌던 마을은 조금씩 사라지고, 검고 반짝이는 넓은 도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비 오는 날이면 흙탕물로 질척이던 길은 이제 맑은 물이 고이는 깨끗한 길로 바뀌었다. 그 길을 보며 모두가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믿었다.
인류는 끊임없이 길을 닦고 개척한다. 흙길이 깔리고, 사람들의 발자국과 봇짐을 진 장사꾼의 땀이 스며든다. 그 길 위에서 고단한 삶이 머물고, 낡은 노래와 새로운 이야기가 뒤섞여 문화가 된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는 의도적인 길을 만든다. 사람들의 터전이었던 집을 허물고, 산을 뚫어 낸다. 삶이 깃들었던 공간은 사라지고, 슬픔은 새로운 길 아래 묻힌다. 그 위로 더 빠른 속도로 물건들이 오가고, 풍요는 쉽게 손에 쥐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길을 잃은 듯, 빠르게 얻은 만족은 그만큼 빨리 희미해진다.
오늘의 인주대로 공사는 단순히 낡은 길을 덮는 작업이 아니다. 반세기 전 마을을 세상으로 열어젖히던 그 신작로의 숨결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다. 길은 언제나 사람을 이어주고, 세상을 잇는다. 밤의 고요를 가르며 새로이 빛나는 아스팔트 위에서, 나는 다시 한번 반백 년 전 여름의 뜨겁던 숨결을 듣는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