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호사다. 수많은 생명이 힘겹게 꺼져가는 황혼의 곁을 지키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어르신이 남긴 마지막 풍경은, 나에게 ‘삶의 짐’과 ‘진정한 자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어르신의 지난 생은 화려한 젊은 날과 자랑스러운 자식들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홀로 남은 노년은 오로지 '짐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무거운 짐이 되었다.
"죽는 약을 가져와야 당신 집을 올 수 있다"던 그 말이 얼마나 절박한 소원이었을까. 당신의 입버릇처럼 되뇌던 그 말은, 살고 싶지 않다는 절규가 아니라,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존재로 남고 싶지 않다는 자존감의 외침이었을 것이다.
부종과 근력 약화로 눈에 빛이 들어오는 동안, 어르신은 작은 소파에 기대어 세상과 거리를 두셨다. 그러다 어느 날, 억지로 일어서려던 시도가 치명적인 고관절 골절로 이어졌다. 두 달간의 와상 생활. 그 기간은 역설적으로 어르신에게 ‘짐’이 아닌 ‘진정한 자유의 시간’을 선물했다. 몸은 완전히 갇혔으나, 정신은 곧 다가올 해방을 예감하며 평온해졌을까.
마침내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져 가던 날,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수없이 "죽고 싶다"라고 말하던 그 바람이 현실로 다가오는 그 순간에도, 어르신은 정말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 두려움과 해방감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르신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그리고 자녀들은 평생을 관통했던 아버지의 그 고뇌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었을까?
문득, 동물이 죽음이 다가오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홀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어르신도 어쩌면 마지막 순간만큼은, 당신 혼자만의 고독한 길을 선택하고 싶으셨을지 모른다.
나는 간호사이기 이전에, 언젠가 그 길을 걸어야 할 한 인간으로서 어르신 앞에서 다짐한다.
'갈 때는 미련 없이 감사함으로 가기 위해.'
숨 쉬는 순간, 나는 최선을 다해 살 것이다. 그리하여 후회 없이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슬픔은 남는 자의 몫이지만, 남겨진 사람들도 떠난 이를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후회 없이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어르신이 그토록 내려놓고 싶어 했던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짐'이 드디어 사라진 그날, 당신의 영혼은 진정 가벼워졌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