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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Oct 16. 2024

너로서 충분해

편지 한 장

세 개의 모닝빵이 투명비닐에 담겨 식탁에 놓여 있다.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바나나와 사과가 있으니 보충해서 먹으면 되겠 하고 계란 샐러드빵으로 아침메뉴를 결정했다. 어제저녁 우유가 떨어져 가까운 마트에 가니 무항생제 계란 한 판이 568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격이 오를 때는 만원까지도 하는데 안 살 수 없지, 우유와 계란을 들고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여섯 시가 되기 전 남편은 출근했삶은 계란에 홍차를 먹어야지. 먹성이 좋은 나도가 걱정이기는 하지만 바나나를 좋아하니 괜찮을 거야, 계란 여섯 개를 꺼내 소금을 넣은 물에 삶는다.

      

삶은 계란 네 개에 소금, 후추를 약간씩 넣은 후 마요네즈를 두 바퀴 둘러 으깬다. 노른자에 비해 흰자는 으깨지지 않아 마요네즈를 넣기 전 가위로 잘게 다져놓았다. 모닝빵을 꺼내 반을 가른 후 마요네즈에 버무린 계란 샐러드를 안에 꽉 차게 넣는다. 계란 샐러드로 가운데가 볼록해진 모닝빵 한 개를 반으로 자른 후에 접시 두 개에 한 개 반씩 나누어 담는다. 바나나와 사과를 한 입 크기로 잘라 계란 샐러드빵 옆에 놓은 후에 소리는 보리차, 나도는 우유를 준비한 후 아이들을 깨운다. 일어나서 학교 가야지, 밥 먹자.   

   

빵이 세 개뿐이라 이게 다야. 더 먹고 싶으면 사과나 바나나를 줄게, 삶은 계란 남은 것도 있고.

비몽사몽 잠이 덜 깬 얼굴로 아이들이 식탁에 앉아 빵을 먹기 시작한다. 누나 이거 더 줄까, 나도가 소리에게 반 개짜리 빵을 가리키며 손가락질한다. 아침이라 멍한 표정으로 소리는 그래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맛없는 것부터 먹는 나도는 과일을 몇 조각 먹은 후에 빵을 한 입 문다. 맛있는 것부터 먹는 소리는 과일은 손대지 않고 빵부터 먹는다. 빵을 다 먹은 소리가 나도를 보니 나도가 입 안에 든 빵을 오물오물 씹으며 누나 이거 줄까, 두 입 정도 베어 먹은 빵을 가리킨다. 소리가 너 안 먹으면 대답하니 나도가 소리의 접시에 자신의 계란 샐러드빵을 올려놓는다. 웬일이지 라는 표정으로 소리가 나도의 계란 샐러드빵을 손에 드는데 나도가 나를 보며 엄마, 바나나 더 줘라고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목소리뿐 아니라 눈빛은 어느 때보다 잔잔하고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다. 나도가 왜 저러지, 나 역시 소리처럼 나도를 보며 의아해하는데 어젯밤 자기 전 침대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나도야 오늘 수업시간에 편지 썼는데 나는 너한테 썼다, 읽어줄게. 안녕 내 동생 나도야?라고 시작하는 편지에는 나도로 인해 행복하고 기분 좋은 소리가 있다. 잠결에 들으며 나도는 좋겠네, 누나가 편지도 써주고 말하고 잠이 들었는데 편지 한 장의 위력이 나타난 듯싶다. 나도는 지금 애정으로 충만하여 먹지 않아도 배부른 상태다.

       

<나도에게> 안녕 내 동생 나도야? 나 너의 누나 소리야.

일요일에 점심 먹으러 피트인에 가고 있는데 너가 저번에 넘어져서 또 넘어질까 걱정이야. 버스 기다리고 있을 때 너가 나랑 같이 버스의자에 앉고 싶다고 말해서 누난 감동했었어. 같이 앉을 때 누나는 너무 행복했어. 또 점심 먹을 때 너가 너무 귀엽게 먹어서 난 웃음이 나왔었어. 점심 먹고 나서 6층에 있는 공 뽑기 게임을 했는데, 너가 나에게 공 한 개를 줘서 너무 기뻤어. 동전 넣고 문어 인형을 뽑았는데 너의 인형 색깔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 이제 피트인에서 나가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거의 도착했을 때 난 손잡이가 손에 닿았는데 너가 손이 안 닿아서 손을 뻗는 게 너무 귀여웠어, 앞으로도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    

                                                                                                  2024년 10/7 월요일 소리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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