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만한 회색 콩벌레(쥐며느리)가 배를 뒤집고 죽어있다. 나도는 콩벌레를 지나치지 못한다. 쪼그려 앉아 한참을 쳐다본다.
“엄마, 만져봐.”
“싫어.”
“엄마, 만져봐.”
“싫어. 물면 어떡해."
나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괜찮아, 이빨이 없잖아.”
엄마는 콩벌레를 손으로 집어서(까끌까끌, 바스락바스락 누구나 아는 그 촉감을 느끼면서) 힘껏 던졌다.
나도가 다시는 만지라고 얘기하지 못하도록.
나도가 다시 쪼그려 앉는다. 이번에는 벽면에 붙은 거미를 본다. 옅은 갈색의 손톱만 한 거미가 하얀색 벽에 움직임 없이 붙어 있다.
“엄마, 만져봐.”
“싫어.”
“엄마, 만져봐.”
......
소리의 하교 시간.
“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어제 먹었잖아. 아침에 보니까 콧물도 나던데, 내일 먹어”
“엄마는 악마야, 아빠는 천사고.”
“그래”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엄마.
집으로 들어온 소리가 엄마의 손등에 왕관모양 보석 스티커를 붙여준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화사한 스티커가 손등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엄마, 이건 엄마 마음을 착하게 하는 스티커야.”
“엄마 마음이 어떻게 착해지는데?”
소리는 생각하는 표정으로 소파에 털썩 앉는다.
“음,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거지”
피곤에 지쳐 아홉 시 되자마자 침대에 누운 엄마. 아이들은 거실에서 아빠와 블록을 하고 있다.
엄마가 없다는 것을 알아챈 나도.
“엄마아” 소리치며 침대로 뛰어든다.
누워 있는 엄마의 배 위에 앉아 엉덩이를 쿵쿵대며 “자지 마, 자지 마” 울부짖는다.
“나도야 엄마는 너무 졸려, 자야 해.”
눈도 못 뜨고 대답하는 엄마.
나도가 엄마의 손을 자기 입으로 가져다 댄다. 나도의 물기 신공이다.
엄마는 물리지 않으려 손에 힘을 꽉 준다.
“잠깐만, 잠깐만” 울부짖으며 엄마의 손을 물려고 시도하는 나도.
엄마가 손의 힘을 풀지 않자 “으아앙” 울며 거실로 뛰어나간다.
“아빠, 엄마가 쪼끔 이상해”
나도를 달래려 아빠가 하는 말.
“엄마는 원래 쪼끔 이상해, 나도야.”
아침에 눈을 뜨며 나도가 하는 말.
“아빠는 회사 가고, 누나는 학교 가고, 엄마와 나는 집에 있고”
아빠가 회사 갈 때면 아빠, 가지 마 울음 터지는 네 살 나도. 너의 삶도 아침에 각오를 다져야 할 만큼은 어려운 거구나.
엄마도 콩벌레도 만지고, 거미도 만지고, 개미도 만져볼게. 아이스크림도 사서 천사도 돼야지.
마음을 착하게 만드는 스티커가 손등에서 반짝반짝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