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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아르바이트 생활

+대구패밀리와 보드게임

by 카레맛곰돌이

8월이 된 이후로 읽은 책 정리가 멈췄습니다.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그거 하나예요.


시작은 자기가 일하는 공항 라운지에서 성수기동안 잠깐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친구의 권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홀 pt 업무로 지원해 봐라, 생각보다 할만하다, 어렵지 않고 일당이 괜찮다, 그런 친구의 권유에 결국 이끌려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거죠.(사실 퇴직금도 너무 많이 까먹었고, 여전히 취직은 되지 않고 있으니 시작한 일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취직이 되면 좋겠는데.)


7월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7월 중에 연락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8월이 되어서야 면접을 보고, 스케줄을 짜는 대로 연락 주겠다는 이야기에 답답해하면서도 곧 일을 시작하겠거니 생각했는데 그 후로 1주, 또 답이 없다가 지난주에 스케줄을 받았습니다. 받은 일정에는 이렇게 적혀있더라고요. 홀 미화보조, 연휴 직전부터 아르바이트 시작, 연휴 마지막날까지 4일 연속 오픈 업무 담당.


그래서 한동안 글은커녕 책 한 글자도 읽지 못한 겁니다... 4시 30분에 일어나서 차를 끌고 공항까지, 그리고 아침부터 청소, 미화, 수거, 업무지원, 말 그대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걸어 다니면서 일하고 있어요. 아마 이번 연휴에 비행기를 타고 여행 다녀오신 분들 중 라운지에서 박지성 선수처럼 홀을 종횡무진하는 남직원이 있었다면, 그게 저였을 수도 있습니다?


KakaoTalk_20250817_184655167.jpg 평소에 운동해 두기를 잘했다. 4일 내내 오픈조로 움직여도 어떻게든 또 하게 된다!

그래도 매일매일 목표를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첫날은 실수해서 사람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기, 둘째 날은 첫날에 배운 것들 최대한 잘 수행하기, 셋째 날은 힘들어도 웃고 외국인 손님들 질문도 영어로 대답하기, 넷째 날은 허리 꼿꼿하게 세우고 걷기... 4 연속 오픈을 하니까 힘 풀면 늘어질 거 같아서 넷째 날은 그렇게 목표를 세웠죠.


그래도 일하고 있으면 군대 시절에 몸을 팍팍 쓰며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바쁜 와중에도 각자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대외적으로 행사 지원을 할 때는 정복을 입은 간부로서 축 늘어진 모습을 보이면 안 되니까 힘들어도 허리 세우고 구두 또각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웃으면서 응대하고, 사람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두렵지만 그만큼 또 즐겁고 설레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네요. 제가 군생활할 때 가장 즐거웠던 업무도 스페이스 챌린지에서 행사 요원으로 응대하는 업무였거든요.


이 아르바이트를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취직이 되면 9월 전에는 그만두고, 그게 아니라면 9월까지는 계속하지 않을까요? 10월에는 추석이 있기도 하고, 또 추석에는 가족들하고 보내고 싶네요. 지금 4일 오픈으로 일하면서 같이 일하는 주임님들이 너무 좋아해 주시고, 저보고 10월까지 일하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때까지는 안 할 거 같아요...


아마 이번 달, 심하면 다음 달까지는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이야기도 힘들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적는 것도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언제나 일을 할때 전력을 다해 부딪히는 스타일이라 집에 와서는 씻고 녹아서 자꾸 졸게 되더라고요. 익숙해지면, 또 바쁜 시기가 지나면 나아질 지도 모르겠지만 뭐든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모자라지 않게끔, 여유 있을때마다 이야기를 또 하러 오겠습니다!



+1 짤막한 보드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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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보드게임즈의 '파우나', 그리고 만두게임즈의 '고양이와 탑'


지난 달에 보드게임콘을 다녀오고 거기에서 플레이했던 보드게임에 대해 리뷰를 짤막하게 적었습니다. 그리고 '힛스터'라는 보드게임 부스에 대해서도 따로 글을 나눠 작성했었죠. 그렇게 한 이유는 당시에도 적었지만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블로그 리뷰 행사 때문이었는데요.


https://brunch.co.kr/@curry-bear/168

(이게 바로 당시의 보드게임 체험 후기)


그 후기가 우수 리뷰로 뽑혀 선물로 보드게임을 받았습니다! 바로 왼쪽의 '파우나'입니다. 대중적인 보드게임만 아시는 분들에게는 생소한 게임일 수도 있는데 '파우나'는 2010년 초반 전세계에서 다양한 보드게임상을 수상한 유명 게임이에요. 간단히 설명하면 동물지식퀴즈! 같은 게임인데 이게 아이들의 지식 함양에도 좋고 게임 자체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즐길 수 있다는 보드게임 본연의 가치에 집중한 게임이기 때문이었죠.


사실 저도 이 게임을 꽤 옛날에 알고 있었어요.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직원분이 운영하시는 '데굴데굴 스튜디오'의 가이오트 선생님이 굉장히 재미있게 설명해주신 보드게임이었거든요. 그때는 저도 저 게임 해보고 싶다!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사지는 않았어요. 막상 다른 보드게임도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와중에 사놔서 뭐하겠나, 포기한 거죠. 그런데 여기에서 선물로 받게 되다니 참 세상 일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아마 이 게임은 나중에 친구들하고 만나서 플레이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보드게임콘에서 유심히 봤다는 그 게임, '고양이와 탑'입니다. 만두게임즈 스토어에서 아직 출시 기념 프로모션 할인중이니까 관심있는 분은 지금 타이밍에 구매하시는 게 적기지 않을까 싶네요. '고양이와 탑'은 엄마가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를 보기 위해 탑에 오르기로 결심한 토토를 탑 끝까지 올려주면 되는 게임이에요.


물론 스토리는 그렇지만 대다수의 친구들은 뭐? 하늘까지 간다고? 화성 가냐? 화성 갈거니까! 를 외치면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프로젝트를 떠올리고는 했습니다... 다들 토토야! 화성 가자! 우리는 할 수 있다! 모두 그렇게 외치면서 건축사가 되어 탑을 쌓고 토토를 올려주는 게임인 거죠. 참고로 이제 갓 30대가 된 남정네들의 투박한 손으로는 쉽지 않은 게임이었어요... 저희가 시연하기 직전에 하신 분들이 15층 넘게 탑을 쌓았다고 들었는데 대체 어떻게 한건지 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오늘은 2개의 게임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보드게임을 접할 때마다 게임 이야기를 하나씩 가져올 거 같네요. 사실 이거를 제외해도 최근 친구와 플레이중인 '스카이팀'이라던지, 속해있는 보드게임 모임에서 교육 플레이를 하고 있는 '벚꽃이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이라던지 해야할 게임은 많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보드게임 이야기는 간간히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2 대구패밀리 이야기


예전에 서평에서 몇 번 나왔던 제 지인들이 있습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글쓰기 카페에서 함께 활동했고, 어른이 된 후에는 대구에서 술마시며 과학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파티로 진화한 대구패밀리라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대구패밀리에 속해있던 한 형님이 지방에서 서울로 놀러오셔서 맞이를 나갔습니다.


서울에 굉장히 오랜만에 올라왔다고 하시는데 또 가이드가 한 명 필요하잖아요? 그러니 놀 줄 아는 제가 나섰고 형님께 어딜 가고 싶으신지 정하라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장소를 골라드렸습니다.(사실 저도 전역하고 경기도에 올라온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요.) 광화문, 홍대, 세종문화회관, 용산 아이맥스 영화, 많은 것들 중 형님은 국립중앙박물관을 이야기하셨어요. 30대가 되니까 이런 것들도 재밌어졌다는 이야기와 함께.


서울역에서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즘 근황이라던지,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다는 형님의 이야기라던지, 우리들이 예전에 모여서 했던 20대의 혈기 가득한 이야기라던지. 다들 모일 때마다 그 시절이 즐거웠다고 말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거 같아요. 분기, 반기마다 모여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놀던 시절, 어느 순간 갑자기 한 명은 브라질로, 한 명은 울산으로, 저는 서산으로 동시에 떠나면서 그 모임도 그렇게 마무리되었는데 그때 우리가 더 오래 함께했다면 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거겠죠.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시다 한 명은 술병이 나 집에서 요양하고, 저는 부대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가 깜빡 잠이 들어 종착지 언저리까지 가버리고, 다른 두 명도 자기 몸만 겨우 간수하며 돌아갔던 그 시절의 이야기, 앞으로 또 그렇게 놀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올까 싶네요.


그리고 그 형님이 꺼낸 다른 추억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보드게임인데요. 제가 매번 술 마실 때마다 부대에서 같이 하자고 가져온 보드게임이 있었거든요. '스플랜더', '윙스팬'과 같은 게임들이 있었지만 형이 기억하는 게임은 '반지의 제왕 가운데 땅 여정'이라는 보드게임이었어요. 매번 술이 좀 거나하게 들어갔다 하면 꺼내서 플레이하는 게임이었는데 스토리 게임임에도 매번 몇 개의 스토리를 깨면 힘들어서 잠들고, 다음 분기에 모이면 직전 플레이를 까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게 되는 녀석이었죠.


그래도 마지막 모임때는 힘내서 해보자고 메인 스토리를 많이 진행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걸 끝까지 못깬 게 자못 아쉬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그래요. 그때 이후로 같이 할 사람을 찾지도 못했고, 혹시 언제 다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 해놨던 부분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물론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연동해놓은 앱도 핸드폰을 바꾸며 지워져서 이제는 찾지 못하게 되었지만요. 언젠가 모두가 또 모일 날이 오면 좋겠네요.


하나 더 이야기하면 제가 아직 취업하지 못하고 있지만 검도나 다른 활동을 하며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에 형님이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자기도 백수생활하던 시절에 힘들어서 우울증이 심하게 온 적이 있었는데 차라리 저처럼 사람 만나고 다니면서 뭐라도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참, 대구패밀리 모두 행복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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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너무 커서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바삐 3층까지는 둘러봤어요. 박물관에 대해서는 딱히 리뷰라고 할 게 없고, 그냥 나중에 몇 번씩 와서 다 둘러봐야겠다 생각은 들었습니다. 물병 거대한 거 하나 가방에 넣어놓고 며칠 시간을 내서 둘러보지 않으면 다 볼 수 없는 크기라서요... 다음에는 혼자서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좀 사그라들면 방문객 수도 줄어들테니 그때 한번 노려서?


제가 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내일도 오픈조 출근이어서 4시 30분 기상... 앞으로 한두시간 후에는 자야겠네요. 바쁜 하루 보내는 직장인분들 모두 응원하고 저도 나중에 새로운 글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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