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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Jan 10. 2024

나는 지금 전국 일주중

38.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지금 광주야! 다음은 어디로 갈까? 추천좀 해줘!"


 벌써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닌지 3일이 되었다. 전역전 휴가를 받았을 당시에 세웠던 계획중 일부, 주변 지인 만나기가 벌써 절반정도 된 것이다. 계획은 거창했고 내 애마와 함께 전국을 순회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내게 남은 것은 어깨의 큰 배낭 하나였고 내가 믿을 것은 두 발과 굳건한 의지 뿐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즐겁고 땅을 딛는 한 걸음마다 느껴지는 자유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내일은 어디까지 가게 될까. 전국 투어는 아직 2일이 남았다.


 나는 본디 계획없이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 또한 큰 틀로 지인을 만나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가졌을 뿐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출발했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야지. 지인을 만나서 커피도 한 잔하고 밥도 먹어야지. 남는 시간에는 뭐하지......?


 맨 처음에는 충주로 가야지, 다음에는 제천? 거기에 펜션을 잡았다고 하니 제천으로 가야지, 그 후에는 광주? 그리고 영주? 그 다음에는 집에 가면 되겠지? 놀랍게도 내 계획은 이게 전부였다. 어디가서 뭘 봐야지, 어디에서 뭘 구경해야지.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고, 또 숙소와 관광지 또한 기초적으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그저 지인들의 일정이나 겨우 확인한 상태로 출발했다.


 그리고 내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유계획으로 움직이는 조금 불친절하지만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충주에 있던 동기생들은 주말이라고 전부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충주를 가지 않고 강남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약속을 시작했다.


 제천인줄 알았던 펜션은 알고보니 순천이었다고 한다. 세상에 어떤 바보가 충청도와 전라도를 헷갈리냐는 핀잔을 들으며 친구들과 합류하기 위해 서대구로 이동했다. 물론 그 이전에 차표를 예약하지도 않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토요일날 밤늦게 차표를 예약했으니 문제는 없었다.


 순천에서 펜션에서 논 이후에 내일로 패스는 끊었냐는 이야기에 이제서야 내일로 패스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부랴부랴 3일짜리 내일로 패스를 끊었다. 좀 일찍 알았으면 한 15000원은 아꼈을텐데...... 점심 밥값이 날아갔다는 생각에 속이 쓰렸지만 그래도 하나 배웠다는 생각으로 웃으며 떠났다.


 "광주 가기 전에 전주는 어때?"


 한 친구의 추천으로 무작정 전주로 향했고, 3kg의 배낭을 멘 채로 공격적으로 전주 동물원을 습격! 동물원을 한 시간동안 싹 돌며 사진을 찍으니 5시여서 시간이 남는 겸 전동성당에서 기도드리기.(지금은 조금 멀리하고 있어도 모태 천주교다.) 그리고 비오는 전경과 함께 한옥마을 구경하기.


 부스스한 머리를 누르며 광주로 가서 또다른 지인 만나기. 그리고 광주의 페인팅 버스를 구경하며 이제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추억이 담긴 영주로 향한다.


 지금까지 지인들을 만나며 하루 10000보, 많으면 15000보까지도 걷는 여행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마 집에 돌아오면 그 때 하루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확실한 것은 매일 10시가 되어 숙소에 들어가고 욕조에 잠시 몸을 담궜다가 뺀 다음 침대에 앉으면 졸아버리는 내 여행에 하루하루를 정리하는 글은 사치라는 것이다.


 이제 남은 요일은 목, 금 2일이다. 내일 지인을 만나는 시간은 저녁이니까 아마 낮시간은 자유롭겠지. 그러니 내일은 안동에 가서 하회마을을 돌아보려고 한다. 하회마을도 마지막 방문이 10년 전이다. 고등학교 2학년때의 일이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내일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내 여행 일정을 듣는 지인들은 이게 강인한 군인 정신이냐고 물어보고는 한다. 내 대답은 물론 언제나 똑같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내 두 발 뿐이잖아요? 그리고 난 걷는 게 너무 즐거워서요. 하루에 15000보만 걸으면 모든 곳을 구경할 수 있다니.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막상 지방에 내려오니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 출발 당일 서울의 날씨는 영하 5도였는데 지방은 왜이리 따뜻한지 가벼운 차림으로 툭툭 나오는 지인들을 보며 외투를 조금만 얇게 입을걸 문득 후회가 몰려온다.


 그래도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게 낫지!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하루를 보낸다.


광주의 페인팅 버스, 이런 버스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너무 예뻐서 한 컷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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