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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도피하다 05화

도피 5

그렇게 한참을 날았다

by 도피

집이 제주인지라 비행기를 꽤 자주 탄다.


맨 앞자리보단 뒷자리를, 복도 쪽보단 창가 쪽을 선호한다.

한 손에 들기에 거뜬한 짐을 쥔 채 뒷자리를 향해 걷다 보면 저마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첫 비행인 듯 인형을 꽉 쥔 아이의 손가락이나, 늘 해오던 일인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제주 원주민들. 시끌 시끌 세상모르게 떠드는 단체 여행객들까지. 아. 가끔 헥헥 대는 소리를 향해 눈을 기울이면 동물 친구들도 보곤 한다. 그렇게 각자의 비행을 지나치다 보면 꾸역꾸역 나의 비행에 도착한다.


비행기가 뜨기 전 바깥은 분주하다. 짐을 싣는 사람들과 아직 탑승하지 못한 승객들, 그리고 그들을 찾는 바쁜 말걸음들이 마음을 더욱 바쁘게 한다. 서둘러 눈을 감았다. 분주함 속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옆자리에 아무도 타지 않는 것 정도. 그렇게 그 자리를 가득 채운 빛의 손을 잡고 그대로 비행을 시작했다.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4인 가족의 대화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아빠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아이들. 아버지는 주변인들에 대한 배려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잔뜩 담아 아이들에게 답해주었다. 가족들의 묻고 답하는 놀이를 자장가 삼아 빛을 베고 누웠다. 그렇게 한참을 날았다.


늘 마주하던 일요일 아침,

그날은 생경한 것을 마주했다.

저마다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했기에 더욱 허망했다.

2024년을 보내면서, 우리가 지나온 것들을 완전히 보내지 않길… 작게나마 기도했다.


여객기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날았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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