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inyking Jun 03. 2022

숨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언의 매달림이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나날이었다.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였다.


그 사람에게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유약해진 나는 모든 치부가 드러나 있었고

조금만 살펴보더라도 금방, 

미련한 결정들과 마음의 가난이 탄로 날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을 밀어내고 있다고 오해를 했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그것은 '이런 나를 밀어내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매달림이었다.

말할 수 없이 오해는 쌓여갔지만

여전히 오해를 풀고 싶지 않았고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그 사람이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과

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내 모습

당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아님, 물방울처럼 증발하여 사라지거나.

매거진의 이전글 12월, 두 사람이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