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hinyking
Jun 03. 2022
숨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언의 매달림이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나날이었다.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였다.
그 사람에게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유약해진 나는 모든 치부가 드러나 있었고
조금만 살펴보더라도 금방,
미련한 결정들과 마음의 가난이 탄로 날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을 밀어내고 있다고 오해를 했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그것은 '이런 나를 밀어내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매달림이었다.
말할 수 없이 오해는 쌓여갔지만
여전히 오해를 풀고 싶지 않았고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그 사람이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과
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내 모습에
당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아님, 물방울처럼 증발하여 사라지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