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설 대고려연방 (10)

독도전쟁 3

by 맥도강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찬물 한잔을 들이켬으로써 겨우 진정시키고 있었을 때 국방부장관이 대통령 곁으로 다가왔다.

“대통령님! 안개로 인한 악조건 속에서도 해병대 1사단의 마리온이 독도를 향해서 출격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레인건호가 독도진입을 방해하고 나선다면 뚫고서 진격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국방부장관의 이 말에 대통령이 잠시 눈을 감으며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즉시 가용가능한 우리의 해공군 전력이 얼마나 된다고요?”

“예! 이지스함 세 척과 잠수함이 열두 척이고, 해상초계기가 열여섯 대, 대잠헬기가 스물세 대입니다,

그리고 지금 즉시 출격 가능한 전투기가 모두 예순 대 가량입니다!”


대통령이 또다시 눈매를 가늘게 떠는 가 싶더니 비장한 어투로 명령했다.

“장관! 오늘 점심은 독도에서 먹어야겠습니다!

해병대사령관에게 지금 바로 명령하세요!

설사 미 항공모함이 가로막고 나서더라도 마리온은 개의치 말고 뚫고 지나가라고 하세요!

그리고 지금 즉시 우리의 모든 해공군 가용전력을 총출동시켜서 마리온의 진격을 엄호하도록 합시다!”


대통령의 추상같은 명령에 국방부장관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초강대국 대통령이 무려 세 번씩이나 전화하여 우리 군의 독도진격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하였음에도 우리나라 대통령은 지금 용단을 내렸다.

우리나라의 국토를 수호하는 것은 군통수권자의 당연한 책무겠지만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경고를 거절하고 군대를 출동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다.

대통령의 단호한 명령에 대해서 국방부장관은 순간적으로 의외의 답변을 하고 말았다.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예엣?”

“아 아닙니다! 대통령님의 명령을 즉각 이행하겠습니다!”


육군 사성장군 출신으로서 삼십 년 이상을 야전군에서만 잔뼈가 굵은 국방부장관,

이 중요한 순간에 그가 보인 이런 행동은 국토를 빼앗긴 노장의 분노를 십분 헤아리는 대통령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해서 거수경례를 하던 노장의 오른손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거수경례로 답례했다.

지금 대통령이 하고 있는 짧지만 대단히 절도 있는 자세의 거수경례는 군통수권자로서의 단호한 의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참석자들 가운데 이런 상황에서 감히 어느 누가 대통령의 추상같은 명령에 딴지를 걸 수 있었겠는가?

우리나라의 국토가 일본에 점령당한 국가적인 위기사항 앞에서는 그 어떤 다른 선택지도 있을 수 없었다.


이 시각 일본의 언론들은 그동안 한국에 불법적으로 점령당한 다케시마를 수복했다며 일본 열도를 축제분위기 속으로 달구어 나갔다.

반면 국내의 여론은 독도 수복을 위한 즉각적인 군사작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개탄하는 비판 여론으로 들끓었다.

우리 군의 출동사실을 정부가 비밀에 부친 탓이다.

미 항공모함마저 독도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제는 정말로 독도를 빼앗기게 되었다는 절망감이 팽배해졌다.

절망감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고 국민들의 분노는 청와대의 홈페이지를 다운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부청사를 향해서 돌멩이가 날아드는 사태에 까지 이르렀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승리를 예감한 일본은 의기양양한 태도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정부의 대변인격인 관방장관의 짧은 논평으로 이러한 사실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일본정부는 일한양국이 고도의 평정심을 발휘하여 작금의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며 한국 정부에 조속한 회담을 제의한다.

만일 한국정부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무력 동원을 감행한다면 일본도 자국민 보호차원에서 즉각 대응할 것이며 이것은 양국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로 비화될 수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

한마디로 선전포고였다.

일본이 이렇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든든하게 뒷배를 받쳐주고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었다.

항공모함 레이건호가 독도 근방에 배치되어 있는 이상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초강대국 미국대통령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의 가용전력이 총출동하여 지금 독도를 향해서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뉴프레지 대통령은 그의 발언이 단순한 엄포가 아님을 백악관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하여 노골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무력분쟁을 야기한다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양국의 분쟁에 개입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일본해협에 진출해 있는 로널드 레이건호는 어떤 경우에도 한국군의 독도진입을 저지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무력의 사용도 불사할 것임을 경고한다"

이것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미국의 노골적인 일본 편들기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한국정부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오늘 점심을 독도에서 먹고 싶다는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는 국방부장관에 의해서 해병대사령관에게 그대로 하달되었다.

사령관이 정면의 벽시계를 바라본 순간 시곗바늘은 오전 여덟 시 오십 분을 가리켰다.

이제 독도까지는 앞으로 십분, 겨우 십 분이 남았을 뿐이다.

독도를 지나가는 길목에 정박 중인 레이건호에서는 빠르게 다가오는 한국군의 헬기편대가 레이더에 잡히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세 척의 이지스함과 수십 대의 전투기까지 한국군의 가용 전력이 새까맣게 몰려오는 것을 발견하고 승무원들은 경악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설 대고려연방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