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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고려연방 (42)

북경선언 4

by 맥도강 Mar 22. 2025

대통령 일행은 조어대 18 호각에서 다음날 아침을 맞았다.

대통령이 아침식사 후 모닝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무렵 윤 비서관은 오늘자 환구시보에 대서특필된 고구려 관련 특집 기사내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제목부터가 ‘고구려공정을 끝낼 때가 되었다’로서 기사의 내용이 너무나도 노골적입니다,

대통령님의 방중기간에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는 것은 그들의 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기사의 끝부분만 읽어드리겠습니다,

미군의 선제공격이 임박한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자력생존이 어렵게 된 조선을 우리가 보듬어 안아야 한다,

조선은 본래 중국의 변방민족이었던 고구려의 구토로서 위기의 조선을 구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은 지극히 당연하다”


들고 있던 신문을 펼쳐진 상태 그대로 탁자 위에 내려놓은 윤 비서관은 침착하게 보고를 이어나갔다.  

“대통령님! 환구시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출자한 신문사로서 통상 중국당국이 직접 말하기 곤란한 내용을 기사화합니다,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공식의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늘자 환구시보의 지면을 빌려서 중국공산당은 북한영토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성탄절폭죽놀이에 임하는 저들의 태도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윤 비서관의 보고 중에 대통령의 얼굴색이 짙은 검붉은 색으로 변해갔다.

들고 있던 커피를 흘릴 정도로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손을 떨어야 했다.

“어제 내가 그만큼 이야기했음에도 멈출 의사가 없다는 말이겠지!”

“이런 식으로 저들의 의도를 적나라케 드러내는 것은 대통령님께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그동안 쉬쉬하면서 북한흡수계획을 추진하던 중국이 한반도가 느닷없이 통일을 추진하겠다고 나오니까 그 초조감이 반영된 메시지로 보아집니다!”

“그래요 중국이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면 우리의 대응도 그 수위에 맞추어 주어야겠지요!

기어이 뉴프레지와 짝짜꿍이 되어서 성탄절폭죽놀이를 즐기시겠다면 우리도 그에 합당한 방책으로 맞설 수밖에요,

공격을 하려는 자들의 손익계산서를 우리가 다시 써주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지적해주어야 합니다,

저들의 역린을 건드려서라도 아픈 곳을 후벼 파야 한다면 그렇게 해주어야겠지요,

그렇다면 오늘의 일정이 대단히 중요하겠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대통령님의 북경대 연설에서 모든 중국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셔서 그들의 계산이 틀렸다는 것을 일깨워주셔야 합니다!”


대통령은 오늘의 결전에 앞서 윤 비서관이 준비해 준 연설문을 한번 더 읽어보면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연설제목은 ‘21세기 한중이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였지만 마지막 장으로 넘어가자 붉은 사인펜으로 밑줄 친 문장들이 나왔다.

이 문장들을 골똘하게 쳐다보던 대통령이 볼펜으로 몇 문장을 더 가다듬으며 입술을 깨어 물었다.     


오전 열 시에 맞추어 대통령 일행이 북경대학에 도착했다.

대통령의 강연이 예정된 강당에는 재학생 오백여명과 교직원들 그리고 취재기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대통령이 행사장의 연단에 올라 중국어로 ‘따지 아하오!’로 인사하자 여기저기서 플래시 터트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도 생각보다 많이 몰려들었다.

작금의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은 이슈메이커가 분명했다.


연설내용의 초중반부는 중국을 대국이라고 띄워주면서 한중간의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었다.

삼십 분을 예정한 연설에서 마지막 오 분을 남기고 무려 열두 번의 박수를 받은 대통령은 드디어 붉은 사인펜으로 밑줄 친 마지막 장을 남겼다.

대통령의 목청이 한층 더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남북한은 평화통일의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기 시작했고 새로 출발하는 대통합 코리아연방은 새로운 한중관계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대통합 코리아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는 행사장의 분위기에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이 대강당을 지배하게 되면서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대통령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이며 숨소리마저 죽였다.  

“그 첫 조치가 조선과 청나라 간에 결렬되었던 국경분쟁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1887년 조선과 청나라 간에는 백두산과 그 동쪽의 국경을 명확하게 확정하기 위한 제2차 국경감계회담을 열었지만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미국과 소련에 의한 분단으로 지금까지 감계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강당 안은 심하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흥분한 기자들이 눌러대는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대통령은 메시지를 압축하여 더욱 또렷하게 연설했다.

마치 백두산호랑이가 포효하듯이 중국인들에게 외쳤다.

“대통합 코리아연방과 중국정부가 그동안 미완으로 남겨두었던 양국의 국경을 명확히 함으로써 두 나라가 함께 만드는 번영의 21세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북경대 연설은 ‘한국대통령의 북경선언’이라는 제목을 달고서 한국과 중국을 넘어 세계의 톱뉴스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모여든 취재기자들은 윤 비서관이 나누어주는 보충자료를 토대로 미완으로 끝난 감계회담의 역사적 사실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당일자 뉴욕타임스의 인터넷 판에는 역사적 사실의 배경설명을 소상하게 덧붙이면서 1면 전체를 도배하다시피 했고 기사의 제목은 ‘중국의 역린을 건드린 한국대통령!’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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