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숨을 멈추었다. 마음속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것 같았다.
“깨애애애애앵앵앵!”
강아지가 까만 꼬리를 흔들었다. 다리 아래 꼬리를 낮추고 천천히 흔들었다. 노를 젓는 것 같았던 그 행위는 꽤 오래 지속되었다. 엉덩이와 뒷다리를 타고 비린내 나는 변이 줄줄 흘러내려왔다. 강아지는 죽어가고 있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까만 눈이 더 빛나 보였다.
나는 개를 끊은 적이 없다. 지금까지 30년 넘도록 개와 함께 살아왔다. 아, 돌이켜보니 개가 ‘끊긴’ 적이 있긴 했다. 3번. 딱 3번의 기회에서 개를 잃었다.
첫 번째 개는 국민학교 때였다. 학교에 갔다가 엄마를 따라 시장을 갔다. 엄마가 자주 가던 화장품 가게로 들어갔는데, 처음 보는 개 한 마리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개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작디작은 강아지였다.
“주운 거야.”
화장품 아주머니는 개를 주웠다고 하셨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된 것 같은 개를 길 가다가 주웠다고 했다. 데리고 온 날부터 자꾸 깽깽거리고 피비린내 나는 똥을 누길래 병원에 데려갔더니 ‘파보’라는 무서운 병에 걸렸더란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얼마 못 산다고 했단다. 그 병이 무엇인지 알 턱이 없었기에 가게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개를 쓰다듬었다. 개가 빨갛고 얇은 혀로 내 손바닥을 핥았다. 엄마는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할 개이니, 오랫동안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집으로 데려왔다.
아이의 이름을 ‘밍밍이’라고 지었다. 엄마는 모든 개를 밍밍이라고 불렀다. 별 뜻은 없었다. 나는 밍밍이를 좋아했고 살살 쓰다듬기도 하면서 보살펴주었다. 교자상 아래에 나무블록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밍밍하우스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밍밍이는 자꾸 밍밍하우스를 부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럴 때마다 밍밍이가 부순 나무블럭을 다시 만들고 안에 넣어주었다. 아이는 거기서 빠져나와서 내 품 속으로 기어 오려 했다. 밍밍이가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무척 기분 좋았다.
밍밍하우스를 나온 밍밍이는 내 품에 안기려고만 하지 않았다. 낯선 집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킁킁거렸다. 그러다 장판 한 귀퉁이에 멈춰 서서 묽은 변을 누었다. 밍밍이가 싼 똥은 특이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지독한 똥냄새가 나지 않았다. 밍밍이의 똥은 빨갛기도 하고 푸르기도 했다. 똥냄새보다 동네 놀이터 그네를 만지면 맡을 수 있는 이상한 쇠 냄새가 났다. 엄마는 그게 피 냄새라고 했다.
밍밍이는 처음 온 날부터 이상한 똥을 누었다. 한 번만 누는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여섯 번... 설사를 끝없이 누었다. 엄마는 똥냄새가 난다며 개를 갖다 버리라고 소리쳤다. 밍밍이가 똥을 누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처음에 세차게 외쳤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엄마가 소리를 지를 때 밍밍이가 또 깽깽거리면 같이 집 밖으로 쫓겨날 참이었는데, 밍밍이의 소리가 줄어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밍밍이를 밍밍하우스에 넣고 엄마의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렸다.
다음 날, 밍밍이가 밍밍하우스에서 나오지 않았다. 동생이 급하게 나를 불렀다. 밍밍이는 옆으로 누워 있었다. 우리는 밍밍이를 꺼내서 밍밍이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다. 밍밍이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끙끙거렸다. 나는 눈물이 흘렀지만, 눈물이 고이면 밍밍이를 더 볼 수 없어서 자꾸만 눈을 훔쳤다.
“밍밍아 안돼!”
밍밍이는 작은 신음을 멈췄다. 마지막에 헥헥거리던 작은 혓바닥을 입 밖으로 늘어뜨렸다. 내 손바닥을 핥아주던 그 혀를.
나는 동생과 함께 밍밍이를 신문지로 정성껏 감쌌다. 그러는 중에도 밍밍이가 살아있는데 내가 실수한 것일까 봐 다시 신문지를 펼쳤다. 그러기를 몇 번째, 결국 차갑게 식은 밍밍이를 들고 동네 공터로 갔다.
밍밍이의 소식을 듣고 친구와 친구 동생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우리는 울면서 밍밍이의 무덤을 팠다. 어린 강아지의 무덤을 만드는 것이 어색해서 얼마나 깊이 파야하는지 논의하기도 했다. 흙바닥을 어느 정도 파내었을 때, 밍밍이를 감싼 신문 뭉치를 얌전히 내려놓았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내 손을 핥았던 녀석이 이 곳에 눕혀진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신문지를 걷어내서 밍밍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밍밍이는 눈을 뜨지 않았다.
우리는 밍밍이와 작별 인사를 하고 신문지를 덮어주었다. 그 위로 흙을 덮어주었다. 마지막으로 흙을 올리고 두드리는 순간 밍밍이가 ‘흡흡’ 거리는 소리를 냈다.
‘밍밍이가 살아있나 보다!’
우리는 이 생각으로 다시 무덤을 팠다.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흙구덩이 속에서 밍밍이를 꺼냈다. 우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밍밍이는 목을 가누지 못한 상태로 축 늘어져 눈을 뜨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호흡 소리를 내던 밍밍이가 거짓말처럼 다시 눈을 떴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밍밍이는 이미 죽었고, 폐에 찬 공기를 뱉을 뿐이었다.
근처에 있던 나무 작대기를 주워 흙무더기 한가운데에 꽂았다. 밍밍이의 비석을 보면서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줄곧 밍밍이의 무덤을 찾았다. 꼭 그곳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밍밍이가 묻혀있는 곳은 우리 집 대문만 열면 잘 보이는 공터에 위치했다. 밍밍이는 지척에 누워있었다. 대문을 열 때마다 밍밍이와 인사를 했다.
나는 더이상 개를 기르고 싶지 않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