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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단우 May 30. 2020

펫시터의 장단점을 말해주마

펫시터가 되고 싶은가? 환상이 아닌 현실을 말해주겠다.

  펫시팅을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펫시터 업무에는 생각보다 많은 장단점이 존재했다.





  <장점>


1. 업체별로 중개수수료가 있어서 그걸 제하고 나더라도, 일반 파트타이머보다 시간 대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2. 우리 아이가 아닌 다른 견종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다양한 반려 경험을 간접적으로 쌓을 수 있다. 일부러 애견공원이나 애견카페를 방문하지 않아도 다양한 가정견들을 만나면서 견종에 대한 지식의 폭도 늘릴 수 있다.


3. 아이들을 접하면서 점차 반려동물 행동교정에 대한 경험치가 쌓인다. 위와 같은 맥락으로,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늘어나면서 어떤 경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체득할 수 있다.


4. 단골이 확보되면 안정된 스케쥴 및 수익 확보가 이루어진다. 단골이 직접 특정 펫시터를 지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작 신뢰관계를 쌓았기 때문이다. 어떤 펫시터가 우리 아이를 어떻게 돌보았는지 활동들을 꾸준히 봐온 경우에 단골 고객이 되어, 휴가 때나 장기 출장 등에서 특정 펫시터를 부르기도 한다.


5. 주변 사람들에게 동물 전문가라는 칭호를 수여 받는다.


6. '도그워커', '펫시터'라는 이색 직업 때문에 지인들에게 신뢰감을 주어, 지인들이 고객으로 확보되기도 한다.


7. 업체마다 시스템 및 사용 용품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업체 정보를 잘 알아보고 지원해야 한다. 때에 따라 교육비나 장비대여비가 무료거나 저렴할 경우도 있으니 잘 알아보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업체를 선별할 수 있다.


8. 다른 아이의 냄새를 묻히고 오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자연스럽게 사회화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9. 체력이 향상된다. 우리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산책 때 어떤 돌발 행동을 할 지 몰라, 긴장한 채로 산책에 나서게 된다. 자연스럽게 더 많은 근육을 활용할 수 밖에 없고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까지 사용하게 되면서 저절로 살이 쭉쭉 빠지게 된다. 체력도 향상되고 다이어트도 된다. 나는 두 달 동안 4kg이 감량되었다.




 

  <단점>


1. 대부분의 아이들은 행동교정이 되어 있지 않다. 고객님이 써놓은 '아이가 사람을 좋아해요. 경계심이 없어요. 친밀한 편이예요'하는 말은 주인에게만 하는 행동이지, 실제로는 물거나 짖는 개가 대다수이다. (진짜 다 개뻥이다. 개들은 기본적으로 문다고 생각하자. 아무리 착한 녀석이라도 갑자기 덥썩 물거나 달려들 수도 있다. 심지어 입질을 놀이라고 생각할 수도!) 안전사고의 위험에 조심해야 한다. 나의 검지 손가락에 닿았던 그 녀석의 치아의 감촉을 영영 잊을 수 없다. (후덜덜)


2.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치료와 책임은 펫시터에게 있다. 그냥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어떤 업체는 이런 부분에서도 배려를 하여, 상해 보험에 가입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치료비가 낮게 측정되어 있다보니, 차라리 평소 펫시팅 중 안전에 민감하게 대응하도록 하자.


3. 시간 당 페이는 높지만 그게 하루 일당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 2만원 안쪽을 벌게 되는데 5일 일하면 한 달에는... 이런 이유로 전업으로 일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전업을 하는 경우는 프리랜서 개념으로 병행하거나 좀 더 시간 여유를 가지고 쉬엄쉬엄 일하려는 케이스가 많다. 또 2만원을 벌었다고 해서 전액이 순수 내 몫이 되는 것은 아니고 회사측의 중개 수수료와 기타소득 신고 등 세금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4. 자택보다 먼 거리의 출장도 흔쾌히 OK 해야한다. 자꾸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의뢰를 거절하면 다음 매칭 회수가 줄어들거나, 고객센터와의 관계가 불편해지기도 한다. 기름값, 버카비 등을 고려하면 순수익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거다. 나는 왕복 3시간 거리의 펫시팅도 다닌다. 눈물이 나지만 어쩔 수 없다. 일주일 동안 들어온 펫시팅이 이것 뿐이니까.


5. 아프면 패망이다. 미리 잡혀있던 스케쥴도 꼬이고 고객들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게 된다. 신뢰도 하락은 기본으로 따라온다. 자주 아픈 펫시터를 너른 아량으로 이해할 고객은 없다. 굳이 이 펫시터가 아니어도 다른 펫시터와 거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6. 뚜벅이는 백프로 고생이다. 근거리에 펫시팅이 많이 잡히는 지역이면 모를까, 뚜벅이는 짐가방을 들고 이동을 해야 하기에 참으로 곤욕이다. 여름이나 겨울같이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을 때를 예를 들자. 돌봄 10~20분 전에 미리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짐가방을 메고 움직여야 하고, 악천후에 산책도 해야 하고, 다시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 귀가를 해야 한다. 대체로 자차소유자가 용품관리도 그렇고 이동시간 단축에도, 휴식시간 보충에도 매우 이득이다.


7. 생각보다 부수적인 용품들에 지출할 일이 생긴다. 산책 중에 배변을 그냥 손으로 집을 수 없으니 니트릴 장갑도 필요하고, 식기 세척을 할 때 사람 식기용 수세미를 사용할 수 없으니 일회용 수세미도 필요하고, 맨 손으로 가서 우쭈쭈하고 놀아줄 수 없으니 노즈워크용 장난감도 필요하고. 장난감의 경우, 고객의 집에 이미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고객님은 비용을 지불한 만큼 아이들에게 준비된 모습, 성의있는 모습으로 놀아주기를 기대한다. (돈을 줬으니 어디 한번 얼마나 잘 놀아주는지 지켜보겠다.) 사실 펫시팅 비용이 저렴하지는 않으니 고객 입장에서는 시간 때우는 것처럼 설렁설렁 놀아주는 펫시터보다 준비된 장난감으로 아이와 놀아주는 펫시터에게 더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 제공되는 펫시팅 용품 외에 부수적으로 돈 들어가는 일이 많다.


8. 사전예약 없이 그때그때마다 고객의 부르심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서 생각보다 내 생활이 줄어든다. 이건 거의 모든 펫시팅 서비스가 이런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당장 긴급하게 아이 돌봄이 필요한 고객 입장에 맞춰서 서비스를 지원해야 하는 회사 입장은 좋은데... 펫시터 입장에서는 한밤 중에 즉시 돌봄 요청이 올 수도 있거나, 1시간 거리에 있는 고객이 갑자기 펫시팅 요청을 해서 밥 먹다 말고 뛰어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부르면 가고 안부르면 말고라는 식이라 언제나 을은 눙물이 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펫시터 시장이 좁고, 이에 따라 펫시터들의 입지도 좁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위에 나열한 장단점 외에도 여지껏 부족한 점이 더 많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훨씬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도 펫시터라는 직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 새끼가 아닌 남의 새끼를 돌보는 것.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내 새끼만 소중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놈의 오지랖은 인생의 사명인가.) 나는 돌봄 경험도 있었고, 시간도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디디가 떠나간 뒤에 맞이할 상실감을 펫시팅을 통해 미리 치유받고 싶었다.



  펫시팅을 하다보면 별의 별 고약한 일이 벌어진다. 어떤 아이의 돌봄 중에는 아이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똥을 짓밟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내 주머니를 뒤져서 일회용 수세미를 잘근잘근 씹어먹을 뻔 한 적도 있었다. 나를 보고 흥분해서 뒤로 벌러덩 넘어가버리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구조를 한 경험도 있다. 대형견 아이의 응가를 집으면서 인간적으로 냄새가 너무 심해서 얼굴을 돌려 헛구역질을 할 때도 있었다. 낭만 따위는 없었다.



  그래도 펫시터가 되고 싶다고? 그렇다면 펫시터가 되어야 할 명확한 이유를 고민하면서 지원서를 써보라. 다만, '강아지가 귀여워서요'라는 것 말고 '똥 오줌에 손을 적셔도 괜찮을' 각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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