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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단우 Jun 18. 2020

훈련사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해볼게요!

아이가 드디어 집 밖으로 나왔다!

  “에몽아, 그렇지! 한 발, 한 발~ 옳지! 잘했어!”



  눈물과 감격의 순간이었다. 에몽이는 처음으로 현관문 밖의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에몽이를 껴안고 쓰담아주자 아이의 거친 호흡이 느껴졌다. 아이는 혀를 쭉 빼고 헥헥 거렸다.



  “괜찮아, 조금만! 살살 걷자.”



  에몽이의 리드줄을 앞쪽 방향으로 살살 당겼다. 보호자님이 아래층 계단에서 에몽이의 이름을 불렀다. 에몽이가 주춤하는 듯 하더니 반동을 내어 후다닥 아래층으로 뛰어갔다. 보호자님이 깜짝 놀라시며 아이를 안아주셨다.


  4층, 3층, 2층... 이번에는 마지막 관문인 1층만이 남았다! 에몽이도, 나도, 보호자님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탓에 금새 지쳐버렸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제 1층만 내려가면 바깥에 나가는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에몽아, 할 수 있어! 조금만 힘내자!”


  “에몽아, 엄마한테 와! 이리와!”



  에몽이는 3초 정도 머뭇거리다 결국 1층 건물 입구 유리문 앞까지 걸어갔다. 아이는 지칠대로 지쳐서 문 앞에 쉬야와 응가를 지렸다. 내가 응가를 치우는 동안에 보호자님이 아이의 상태를 살피셨다.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아, 응가 냄새가 지독했다. 보호자님은 쪼그려앉아 아이를 끌어안으셨다.


  처음 보는 외부 세계, 언뜻 낯익지만 동시에 낯선 햇살. 보호자님의 울음 섞인 목소리와 바닥에 지린 똥오줌의 냄새들. 아이는 잔뜩 혼란스러워 했지만,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을 알지는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에몽이는 자신의 몫을 해낸 만큼, 집으로 다시 올라가 목을 축이고 이빨을 드러내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도라와 에몽이의 펫시팅 후에 사진 찍은 유니폼. 대형견의 산책훈련으로 온통 땀에 찌들었다. 안에 쿨런닝을 입었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에몽아, 그렇지!”



  두 눈을 뜨고도 믿을 수 없었다. 2번째 펫시팅에서 에몽이는 1층을 내려올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마당까지 내려왔다! 아이는 킁킁거리며 마당의 흙바닥을 훑었다. 에몽이는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였지만, 마냥 불안한 것은 아니고 낯선 세계를 탐색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스트레스 때문에 고개를 저어대지 않고 땅바닥의 여러 냄새들, 허공으로 흩어진 주민들의 땀냄새, 멀리서 들려오는 트럭 엔진소리, 이웃집의 말소리 같은 것들에 모든 감각을 열어두었다.


  에몽이는 스스로 앞발을 들어 마당 밖까지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왔다. 화려한 외출! 아이는 과연 오늘의 용기로 인해 얼마나 삶이 뒤집어졌는지 알고 있을까? 에몽이가 마당 밖으로 나와 골목 이곳저곳을 향해 코를 킁킁댔다. 그러더니 맞은편 전봇대에 마킹을 하기도 하고, 주차된 자동차의 휠 사이에 코를 들이대기도 하고, 짹짹거리는 참새를 바라보기도 했다. 도라처럼 목줄을 컨트롤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에몽이는 자유의 냄새를 만끽하고 있었다.



  "에몽아, 그래 그거야. 좋지? 밖에 나오니까 좋지? 선생님, 감사합니다. 흐흑..."



  보호자님은 도라를 껴안으셨을 때보다 감동에 북받쳐 오른 몸짓으로 에몽이를 끌어 안으셨다. 산책훈련을 시작한 지, 불과 2주 만의 일이었다. 보호자님의 눈물에 나도 울컥하는 바람에 입술을 앙물고 눈물을 참았다. 그래, 그거야. 잘했어 에몽아. 지금처럼 천천히 해나가면 되는거야. 너랑 같이 근처 산책길을 걷고 싶어. 비록 보호자가 아니더라도 나는 너를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도라와 에몽이를 펫시팅한 지, 3번째 되는 날. 보호자님은 일정조율을 원하셨는데 아쉽게도 원하는 시간대가 맞지않아, 다른 펫시터님과의 연결로 토스했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의 펫시팅 경험을 통해 확실히 산책 훈련에 대한 경험치를 쌓고, 다른 아이들을 케어할 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을 손에 익혔다. 뿐만 아니라 대형견 아이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 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제 이 아이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산책 훈련 및 펫시팅이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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