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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단우 Jun 05. 2020

산책은 처음이라

대형견의 산책을 의뢰받았는데... 산책이 처음이라구요?

  “산책을 가르쳐주세요.”



  지역 내에서도 집의 위치가 똥망이라 동네 근처로 펫시팅 의뢰가 적다. 그런데도 기가 막히게 옆 동네에서 펫시팅 의뢰가 들어왔다. 신이 나서 수락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고 사이에 다른 펫시터님이 일을 가져가버려서 손가락 느린 자의 쓴 맛을 봤다.


  며칠 후, 고객센터로부터 전화 한 통이 왔다. 고객센터에서는 내가 놓쳤던 바로 그 펫시팅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들뜬 목소리로 ‘당연하죠!’를 외쳤는데 수화기 너머 담당자님의 목소리는 걱정이 많이 끼어있었다.



  “저... 펫시터님, 그런데 이 아이들이... 대형견이긴 한데요. 산책을 한번도 나간 적이 없어요. 괜찮으시겠어요?”



  사연인 즉슨 보호자가 원래 전원주택에서 거주했었는데, 마당이 있으니 별도로 산책이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도심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한번도 산책을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오, 주여- 그렇다면 이 아이들에게 산책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건가?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떠돌았지만 예전에 마당에서 기르던 ‘애기’를 떠올렸다. 애기는 고등학생때 아빠가 어디서 진돗개라고 데려온 아이었다. 애기는 1살도 되지 않아 디디의 밥을 뺏어먹고 무럭무럭 자라 내 배꼽보다 더 높게 자랐다. 그렇지만 천성은 순해서 누군가를 향해 짖거나 헛짖음이 있지도 않았고, 자꾸 내 뒤를 졸졸거리며 따라와서 같이 산책하곤 했다.


  펫시팅을 맡은 아이도 같은 종이었다. 진돗개. 담당자님에게 알겠다고 했고, 이내 예약내역에 진도 아이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보호자님과 여러가지 산책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장감이 풀리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았고 불면의 시간 동안 유튜브에서 ‘대형견 산책법’, ‘리드줄 트레이닝’ 등을 탐색했다. 가장 힘든 것은 보호자님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생님, 아이들이 산책을 좋아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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