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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태연 Jun 03. 2020

펫시팅이 필요하세요?

그러면 이것부터 작성해주세요.

  “보호자님, 시간 되실 때 답변 좀 부탁드릴게요~ ㅠㅠ”



  때때로 펫시팅을 나갈 때마다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그 난감한 경우 중에 하나는 바로 펫시팅을 의뢰했지만 이후로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이다. 예약 요청을 신청하시고 펫시터가 매칭되었는데도 묵묵부답일 때, 발등이 불이 떨어진 것처럼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4시간 뒤면 펫시팅인데 왜 아무 답변이 없으실까 하면서 한없이 침묵을 기다리다가, 안돼겠다 싶은 나머지 고객센터의 힘을 빌려 간신히 연락되었다.


  펫시팅을 신청한다면 반드시 시팅 전 돌봄사항을 필수 기재 or 연락을 남겨야 한다. 그렇지않고 나중에서야 ‘왜 그렇게 하세요?’하는 불편한 소리가 나올 가능성을 차단한다. 펫시터의 업무내용과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신청하면서 돌봄에 필요한 사항들을 꼭 공유해야 한다.






1. 펫시터가 출입할 수 있는 공동현관문 비밀번호, 현관문 비밀번호.


. 펫시팅 서비스가 끝나면 시스템 상 아예 블럭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고, 돌봄영상에서 보호자가 알려준 비밀번호가 담긴 메시지 자체를 삭제하는 영상을 찍는 경우도 있다. 둘 다 개인정보수집 및 관리에 대한 동의 하에 진행되는 서비스니 보안에 염려하지 말자.


. 비밀번호가 달라서 펫시팅이 불가능한 참사가 벌어지기도 하니 오타가 있는지 살펴보자. 특히 해외출장 및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시차로 인해 연락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주의하자.



2. 용품들은 한 곳에 위치시키자.


. 용품들을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위치시키면 펫시터가 찾아다니려 허둥대는 시간도 소요되므로 서비스 시간이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용품들이나 간식류는 식탁 위, 산책용품들은 현관 근처에 있는 경우가 많다.


. 용품들이 늘어져 있거나 여러 개의 하네스가 꼬여있는 경우에는 정말 난감하다. 그만큼 시팅 시간이 줄어들어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가능한 위치에 대한 설명 혹은 위치를 사진찍어 보내주면 펫시터들이 민첩하게 서비스를 진행한다.


. 이렇게 모아두면 가장 좋은 것이, 서비스 후의 정리정돈이 깔끔하고 분실의 위험도 줄어든다.



3. 아이와 인사하는 방법, 친해지는 방법, 스킨십할 때 싫어하는 부위와 좋아하는 부위를 말해주면 좋다.


. 스킨십을 싫어하는 아이인데 사람을 좋아한다고 써놓은 의뢰건을 맡은 적이 있다. 그때 정말이지 아이의 이빨에 손가락이 절단될 뻔 했다. 경계심이 많은 아이라면 ‘현관에서 흥분도가 낮아진 걸 확인한 후에 들어가세요’라든지, ‘아이에게 간식을 주면 금방 친해져요’라든지 코멘트를 남기면 아이가 펫시터를 물거나 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 아이와 펫시터가 금방 친밀해지도록 가이드를 준다면, 분리불안이나 스트레스 없이 잘 적응하는 아이의 행복한 견생샷을 얻을 수 있다.



4. 식기류 세척 방법을 고지하자.


. 세척 방법이 고지되어 있지 않으면 손으로 물세척을 진행하지만, 어떤 펫시터는 사람이 사용하는 식기류 수세미로 세척할 때도 있다. ‘어떻게 사람이 먹는걸로 개밥그릇을 닦아요!’라고 항의하기 전에 세척방법을 알려주면 그대로 진행할 것이다.


. 펫시터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자비를 들여회용 수세미를 구비하는 것이 유익하다. 손으로 세척하다보면 사료의 기름기 때문에 식기가 완전히 청결하기 어렵고, 손에도 기름이 잘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밥그릇 냄새를 맡은 아이들이 손을 깨물기도 한다.



5. 배변처리 방법은 집마다 다르기 때문에 기재하되, 응가 처리 방법을 꼭꼭 빼먹지 말자.


. 배변패드 교체와 탈취제 사용을 통한 바닥청소는 기본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들이 응가 처리 방법을 잊으신다. 어떤 가정은 응가만 변기에 버리기도 하고, 어떤 가정은 배변패드에 둘둘 말아서 버리기도 한다. 우리집은 변기에 버리는데 펫시터가 임의로 종량제봉투에 버릴 수 있으니 배변처리 방법을 빼놓지 말자. 배변패드도 쓰레기봉투에 담는 집도 있지만, 질병 때문에 변 모양을 확인하고 싶다면 배변패드를 폐기하지 말고 식탁 위 등에 놓아달라고 말하면 된다.


. 새 배변패드와 탈취제, 물티슈 세트의 위치를 미리 말해서, 펫시팅 중에 아이가 배변사고를 치더라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자. 전에 맡은 펫시팅에서는 보호자님이 미리 안내를 해주신 덕에, 아이가 소파옆에 급쉬야를 했어도 금방 깨끗하게 닦아낼 수 있었다.


. 물티슈에 응아를 감싸서 변기에 내리는 경우, 물티슈 때문에 변기가 막히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으니 변기 근처에 뚜러펑 등을 비치하는 것이 좋다. 지난 펫시팅 때 중형견 아이가 배출한 다량의 응가를 물티슈로 한번에 집어 변기에 내렸는데 막혀버렸다! 진행중인 라이브 캠을 화장실 밖에 위치시키고 겁나게 펌프질을 해서 뚫었다 흑흑...



6. 간식 알러지 여부를 빼놓지 말자.


. 종종 펫시터님이 가져온 간식을 먹고 알러지를 보였다, 변상해달라 하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런 변이 일어나기 전에 사전에 ‘간식 알러지가 있으니 간식은 3알만 주세요’, ‘기관지 협착증이 있어 한번에 많이 먹기 힘드니까 간식을 쪼개서 주세요’하고 가이드를 해주자.


. 간식의 위치, 어떤 간식을 어느 용량까지 줘야 하는지 말하면 간식을 이용한 놀이나 보상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7. 급수용 물은 가정마다 다르기 때문에 종류도 말해야 한다.


. 우리집 디디는 정수기의 미온수만 마신다. 그런데 다른집 쥬쥬는 수돗물을 마시고, 또 다른집 미미는 생수를 마신다. 어떤 집은 강아지용 이온음료를 마신다. 아이별로 급수 방법은 천차만별이기에 어떤 물을 마시는지 기재해야 한다. 생수를 마신다면 생수 위치, 냉장고에 있다면 ‘냉장고에 있어요’ 정도로 코멘트를 달면 좋다.


. 자견이나 노령견의 경우에는 미온수를 마시게 하기도 해서 미온수를 맞추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같이 기재를 하자. 디디는 정수기의 온수를 많이 받고 정수를 섞어서 새끼 손가락을 담그어 온도를 맞춰 급수한다.



8. 산책돌봄을 희망한다면 평소에 아이가 왼쪽으로 걷는지 오른쪽으로 걷는지도 말하자.


. 아이는 낯선 사람과 산책을 하기 때문에 십중팔구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보호자와 함께 하던 산책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평소에 아이가 왼쪽으로 걷는지, 오른쪽으로 걷는지 적는다면 아이의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다.


. 추가로 아이의 배변봉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산책 후 발세척 방법은 무엇인지, 아이와 평소 잘 다니는 산책코스는 어디인지, 아이와 훈련식의 산책을 진행할 지 아니면 냄새맡기 위주의 산책을 진행할 지, 펫시터가 가져온 물병을 사용할지 등 디테일한 사항을 기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9. 투약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용량, 투약방법 등을 기재하자.


. 와식생활을 하거나 투병중인 아이들은 산책돌봄보다 실내에서 아이의 동태를 관찰하는 걸 신청하곤 하는데, 투약이 필요하다면 놓칠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서 상세히 기재하자.


. 내가 아이에게 투약할 때 거부반응이 크다면 분명 펫시터에게도 더 심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약 복용 중에 거부반응으로 난리가 날 수도 있으니 넉넉한 용량의 물티슈를 약봉지 근처에 두는 배려를 보이자.


. 아이가 자주 가는 단골 동물병원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남겨서 긴급한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 이상행동 시, 펫시터가 응급대처를 하겠지만 동물병원으로 바로 이동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 돌봄 전이나 돌봄 중에 아이가 사료를 토하거나 노란 토를 했을 가능성도 고려하자. 원래 개는 이물질이 들어가면 구토를 잘 하는 개체이기 때문에 건강에 큰 이상이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펫시터는 아이의 컨디션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구토한 내용이 있다면 반드시 펫시터에게 사진 자료를 받아서, 이후 진료를 받거나 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10. 아무리 고용된 사람이라도 감정이 있는 인간임을 잊지 말자.


. 돌봄일지와 사진을 찍으면서 동시에 펫시팅을 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정수리 꼭지에서부터 땀이 줄줄 흘러서 안경 위로 똑똑 떨어진다. 그러면서도 아이의 돌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돌봄 중간마다 보호자님이 격려해주시거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시면, 더 기쁜 마음에 시간을 오버해서 아이를 정성껏 돌본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펫시터님들이 그러하다.


. 때로는 ‘우리 애 좀 훈련시켜주세요’, ‘제가 비싼 돈을 냈는데 왜 이것밖에 안해줘요?’, ‘나갈 때 음식물쓰레기 좀 버려주세요’ 등 펫시터의 업무영역 이외의 것을 요구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어쨌든 고용된 펫시터는 보호자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좋은 말로 마무리 지으려 하겠지만, ‘나는 갑이고 너는 을이야’하는 태도 때문에 이미 가슴이 멍들어버린다.


.  펫시터는 일희일비하는 연약한 인간이다. 우리 아이들의 돌봄을 위해 버틀러처럼 최고의 서비스를 진행하고자 노력한다. 우리 아이를 위해 펫시터를 고용했다면, 아이를 위해서 상세히 기재를 하고 돌봄이 원활히 되도록 해야 옳다.






  오늘은 1건의 펫시팅이 있었다. 펫시팅이 끝나자 보호자님이 매우 흡족해하시며 단골 펫시터로 등록해주셨다. 기뻤지만 그와 동시에 씁쓸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전에 급한 사정이라고 해서 저녁에 자주 부르시던 보호자님이 단골을 해제하셨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으신 걸로 보아, 아예 펫시팅 서비스를 끊으신 모양이다. 새로운 아이를 만나는 것은 기쁘지만, 계속 만나던 아이를 더이상 보지 못하는 것은 참 괴롭다. 아이의 돌봄을 위해서 여러가지 돌봄 기록으로 남겨둔 보호자님의 대화가 이제 더이상 쓸모를 잃게 되었다.


  한 건 한 건의 돌봄기록들이 사라질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또 새로운 인연이 닿을거라 기대하눈 마음도 든다. 약간은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는 ‘돌봄 체크사항’을 천천히 읽어가면서, 새로운 아이의 보호자님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까 상상을 그려간다.


  그러니까 보호자님,
아이와의 돌봄 전에는 체크사항들 기재를 부탁드려요.
아이를 위해서 말이예요.
아시겠죠?
 - 당신의 아이를 돌보아드리는
펫시터 디디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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