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단우 Jun 11. 2020

녀석들의 똥오줌이 면상으로 날아오고

안경에 철퍽 하고 노오란 액체가 날아왔다.

  "철퍽!"



  안경에 축축하고 노란 액체가 찌익 흘러내렸다. 안경을 벗어보니 녀석이 바닥에 지렸던 오줌이, 녀석의 뒷발길질에 채여서 얼굴에 날아온 것이다. 비단 안경만 젖은 것은 아니었다. 얼굴, 앞머리, 목둘레, 유니폼 상의까지 오줌 세례를 받았다.






  아이는 황급히 달아나 건물 1층으로 뛰어갔다. 산책이 처음이라 잔뜩 겁먹은 진돗개 '도라'였다. 아이의 목에 목줄을 채우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도라는 이리저리 목줄을 피해다녔고, 보호자님이 직접 목줄을 씌워주셨다. 조임 정도를 체크하고 천천히 현관쪽으로 리드했다. 도라는 있는 힘을 다해 완강히 산책을 거부했다. 억지로 아이를 질질 끌다가는 나쁜 기억을 심어줄까봐, 당기고 멈추는 것을 반복했다. 보호자님이 내 뒤에서 도라의 이름을 부르자 후다닥 뛰어갔다.


  그렇지만 복도로 나가자마자 아이의 발걸음이 멈췄다. 도라는 뒷걸음질 쳐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미 엉덩이가 현관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리드줄을 반대 방향으로 살살 이끌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갈 때마다 칭찬을 해주었다. 도라는 잔뜩 긴장해서 보호자님이 주신 보상용 간식을 먹지 않으려 해서, 칭찬하는 것으로만 보상을 대신해야 했다. 급기야 복도에 오줌을 지렸다. 보호자님이 당황하며 물티슈로 닦아내려 했지만... 녀석은 갑자기 흥분을 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뒷발길질하면서 오줌을 내 면상으로 튀겨버렸다.


  필터마스크 안에 가득 고인 땀방울, 안경 위로 똑똑 떨어지는 땀들과 뒤섞여버린 그놈의 오줌. 더럽다고 생각하기 전에 이 녀석을 어떻게든 안정시키고 산책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아이를 달래면서 천천히 내려가는데... 아이가 처음으로 골목길에 진입했다! 아이는 낯선 환경에 불안해하며 리드줄을 흔들어 여기 저기로 튀어나가려고 했다. 자칫 정신머리를 놓치면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커다란 밴이 지나가면 아이는 주체하지 못하고 차를 향해 뛰어들려 했다.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다!






  "도라야, 천천히. 천천히 가는거야. 도라야, 이번에는 같이 걷는거야. 그래, 그렇게! 천천히~ 아니야, 도라야. 네가 줄을 끌지 않는거야. 줄을 당기지 않아. 나를 기다려 주는거야."



  20kg의 아이와 실랑이를 한 끝에, 더이상 목줄을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잘했어 도라야. 지금처럼 같이 걷는거야. 아유~ 잘했다 잘했어. 수고했다 우리 도라."



  아이를 데리고 그동안 가보지 않았을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기존에 예약했던 30분이 훌쩍 넘어 40분의 산책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도라가 겁먹지 않고 바깥세상을 볼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이 되고 싶었다. 도라의 첫 산책을 시팅할 수 있어서 감격적이었다. 보호자님은 연신 감사하다며 박수를 치고 아이를 안고 눈물을 흘리셨다.





  도라의 산책을 마치고 올라오는데, 또 다른 녀석, '에몽'이가 산책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라보다 에몽이의 문제가 더 컸다. 에몽이는 아예 계단을 밟고 1층까지 내려가 본 적이 없었다. 아이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이라도 한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