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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놈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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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단우 Jul 02. 2020

귀엽죠? 장난감 같고.

개를 기르는게 자기만족의 애정 아닌가요?

  그 애는 종종 외로움을 호소했다. A는 외로워서 개를 기른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 이미 길렀던 개 2마리와 새로 데려온 개 1마리, 총 3마리의 개를 기른다고 했다. 개를 좋아하는 까닭에 자주 개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A의 SNS에는 개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도"까지는 아니었어도 거의 없었다. 개보다는 남자친구와 뭘 먹으러 간 것, 여행간 것 등의 사진들이 훨씬 많았다.


  한 번은 A와 단둘이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서로 반려견의 사진을 공유하며 사랑스러움을 뽐냈다.



  "언니, 짱 귀엽죠?"


  "그러네."


  "언니네 개도 이제 나이 엄청 많지 않아요?"


  "그렇지? 지금은 열 여덟 살이니까."


  "우와 대단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살았어요?"


  "내가 한 것은 별로 없고. 다 내가 운이 좋은 거야."


  "개 오래 기르면 좋죠?"


  "그렇지. 디디는 내 동생이니까. 너희 애들은 어때? 사진 보니까 엄청 챙기는 것 같던데."


  "그렇긴 하죠. 그래도 집에 들어가면 외로워요."


  "왜? 애들 있는데 챙기느라 바빠서 정신없을 것 같은데..."


  "애들... 그래도 귀엽긴 하죠. 장난감 같고. 하라는대로 하고, 오라는 대로 오고."


  "..."



  자신의 반려견들이 "장난감"같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나는 입을 꼭 다물었다. 내가 알기론 반려경험이 무려 3년이나 된다고 했는데, 3년의 시간동안 반려견들을 그저 자신의 외로움을 채우는 도구로써 사용했다는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나는 한번도 디디를 "장난감"이나 어떤 "도구"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지켜야 할 철없는 동생이나 딸뻘쯤으로 생각했다. 아직도 내 닉네임이 "디디언니"이니까.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꼭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걸 처음 알았다. 누군가에게 개는 한낱 미물이거나 외로움을 채울 수 있는 훌륭한 도구, 잔인한 식육을 위해 길러지는 동물, 집 지키는 호신용 맹수 등등.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종종 펫시팅을 갈 때마다 느끼지만 개를 기를 수 없는 환경에서 개를 기르는 사람들을 만난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르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귀여워서 기르는 것일까 상당히 갈등이 깊어지는 때가 많다. 개를 기르기에 재정적으로 풍요로울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양육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대체적으로 펫시팅 서비스를 신청하는 보호자분들은 개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이지만, 생각보다 열약한 환경에 슬픈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펫시터 구합니다. 연락 주세요."



  여행을 이유로 맘카페 등에서 펫시터를 구하는 글을 발견하거나, 지인들이 해당 글의 링크를 보내줄 때면 얼른 글쓴이 분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럴 때면 역시나 예민한 문제인 "비용"때문에 중간에 연락이 두절될 때가 99%이다. (1%는 아예 답장을 안주신다. 엉엉...) 호텔링이 펫시터 비용보다 저렴하지 않다는걸 생각하면, 대체 이 아이들은 집에서 혼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상상을 한다. 펫시팅은 커녕 호텔링도 하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은 어둠 속에서...


  아이는 사랑하지만 돈을 쓰지는 않겠다는 것. 아이를 위해 지출되는 돈은 생각보다 적지 않음을 고려하지 않고 입양한 결과들. 보호자의 "장난감"같은 아이들은 보호자가 세상의 전부이기에 그런 말을 듣고서도 상처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이들을 감정의 장난감으로 다룬다면, 이별의 순간에 자신의 생각에 통곡하게 될 미래를...


  더이상 반려견들을 인간의 소모품, 감정 해소용 장난감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보호자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만 주는 우리 댕청이들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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