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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Feb 13. 2024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것,

<소피의 달빛 담요, 에일린 스피넬리 (지은이), 파란자전거>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낀 적은 언제였을까? 나를 세상에 있게 해 주신 부모님, 내 삶의 중심인 가족, 그리고 친구들, 선생님, 지인들!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닿고, 관계로 연결되면서 고마움을 느낀 순간들은 참 많이 있었다.

감사한 많은 인연들 중에는 어릴 적 선생님이 계신다. 늘 말없이 조용한 아이였던 나를 늘 인정해주시고 칭찬해주셨다. 

“역시 잘 해낼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어!”

책을 읽거나 발표를 할 때면, 선생님은 아낌없는 칭찬과 함께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지켜봐주셨다.


누군가에게 존재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으며, 자신을 인정해주는 이에게 감사하며, 때로는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중국 위나라의 장군 오기는 전쟁터에서 늘 병사들과 동고동락하며 부하들을 믿고 사랑했다. 어느 날, 한 병사가 몸에 심한 종기가 나자, 그는 종기에 시달리는 병사의 다리에 직접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았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통곡을 하며 말하기를,

“예전에 그 아이의 아비가 독한 종기로 고생할 때에 오기 장군은 손수 종기의 고름을 빨아주었습니다. 이에 크게 감동한 남편은 전쟁터에서 장군을 위해 용감히 싸우다 적의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오기 장군이 또다시 아들의 고름을 빨아주었으니, 제 아들 역시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이 일화를 읽으며, 나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존재의 인정과 사랑에 대한 감사가 때로는 목숨까지도 바치게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의 전율이 일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이렇듯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을, 주고 싶어한다. 그러한 마음의 주고받음, 사랑의 연결이 세상을 떠받치는 힘은 아닐까?

그림책 “소피의 달빛 담요”에서 집거미 소피는 보통의 집거미가 아니라 실을 짜는 예술가다. 소피가 만든 거미줄은 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워서 늘 친구들의 기대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비이크맨 씨의 하숙집에 살게 된 소피는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비단 거미줄에 황금빛 햇살을 섞어 현관에 달 거미줄 커튼을 짜던 소피, 하지만 주인아주머니는 소피를 향해 걸레를 휘두르며 소리를 지른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소피를 보자마자 지붕으로 도망치는 선장 아저씨... 낡고 더러운 슬리퍼를 신고 있는 요리사도, 새 슬리퍼를 짜 주고 싶어하는 소피에게 기겁을 한다. 놀라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던 소피는 어느 젊은 여인의 뜨개질 바구니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 그 여인도 늙고 기력이 다한 소피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젊은 여인은 소피를 보고도 놀라거나 내쫓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미소 짓고는 뜨개질을 계속했다. 처음으로 소피는 자신을 인정해주고 미소 지어주는 존재를 만난 것이다. 

여인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쉬지 않고 뜨개질을 하는 중이었지만, 털실이 모자라 아기의 담요를 완성할 수 없었다. 이를 알게 된 소피는 마지막 힘을 다해 여인과 태어날 아기를 위한 담요를 짜기로 마음먹는다.

‘저 달빛으로 아기 담요를 짜야겠군. 물론 별빛도 조금 섞어서 말이야.’

소피는 그 모든 것을 넣어 담요를 짜기 시작한다.


향기로운 솔잎 이슬 조각…… 밤의 도깨비불……

옛날에 듣던 자장가…… 장난스런 눈송이……



막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때, 소피는 담요의 마지막 귀퉁이를 짜고 있었고, 그 귀퉁이에 자신의 가슴을 넣고 있었다.



마지막 소명을 다해 달빛 담요를 만들면서 소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따뜻하게 자신을 맞아준 여인이 고마웠을 것이고, 혼신을 다해 만든 자신의 예술품이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달빛 담요는 소피가 자신을 알아봐준 그녀에게 건네는 감사의 선물이자 자신의 예술혼을 담아 만든 최고의 작품이었다.



여인도 그 담요가 보통 담요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편견에 사로잡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진심을 알아보는 눈을 가졌다. 사랑과 놀라움으로 가득찬 여인은 잠든 아기에게 기꺼이 그 담요를 덮어준다.



그림책을 덮자, 영롱한 소피의 달빛 담요가 나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 했다.

고요한 달빛이 가득한 밤, 평화롭게 잠든 아기를 살포시 덮고 있는 소피의 담요는 분명 황홀하도록 아름다울 것이다. 소피의 사랑, 감사함, 그리고 뿌듯함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그 신비로운 달빛 담요가 따뜻하고 부드럽게 내 마음도 덮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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