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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Feb 13. 2024

하늘을 바라보며

<언제나 하늘, 조미자 (지은이), 미래아이>


아침이면 가장 먼저, 하늘을 본다.

이른 새벽녘 아침 하늘은 어스름한 회색빛을 머금은 파랑, 서서히 오렌지빛 햇살 물결이 스며든다. 한참을 바라보면, 하늘은 어느 새 온통 투명한 햇살로 가득한 밝은 파랑이다.


뭉게뭉게 떠있는 구름과 여유롭게 오가는 새들은 매일, 하늘에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무심히 하늘을 올려다보다 눈길을 돌리면,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는 식물들이 있다.

그제서야 나는 초록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달개비 안녕, 호야도 안녕, 아레카 안녕.”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촉촉하게 물도 뿌려준다.

반짝반짝 생기를 띠며, 나를 보며 함께 웃는 화초들! 길쭉길쭉 대파도 꼿꼿하게 몸을 세운다.


출근하는 아침, 분주하게 가족을 챙기고 출근 준비를 하느라 여유를 부릴 시간이 많지 않다. 부리나케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도로를 달리다가 잠시 느긋해지면 그제서야 다시, 유리창 밖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다.


‘아, 오늘은 구름이 참 예쁘네, 몽글몽글..... 따뜻하겠다... ’

다음 순간, 빵빵대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운전대를 잡는다.

 학교의 일상은 언제나 바쁘다. 학습안내, 수업 준비, 각종 회의와 온라인 수업, 교재 연구, 준비물 점검 등등... 끝없는 업무들 속에 동동거리며 하루를 보내다보면, 시간은 어느 새 훌쩍 지나가 있다.


오후에 짬이 나면, 잠깐 시간을 내어 학교 텃밭으로 향한다.

우리 반의 텃밭에 심은 고구마는 잘 자라고 있을까, 다른 반의 땅콩이랑 토마토, 가지들은 어떨까...

옆 반 선생님이 심은 목화와 옥수수는 어느 새 훌쩍 키가 컸다.

텃밭 옆에는 자잘한 꽃들이 피어있다. 빨강, 노랑, 연분홍, 진분홍, 보라... 형형색색의 꽃들! 봉숭아와 해바라기도 활짝 웃는다.

학교안의 나무와 풀과 꽃들을 보며 느릿느릿 걷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온다.

퇴근길의 하늘은 아침과는 다르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로 황홀한 빛깔을 뽐내기도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 별빛을 품고 적막하거나, 요란하게 불빛으로 현란해지기도 한다.

어떤 하늘이어도 좋다. 어김없이 또 하늘을 본다. 구름을 보고, 노을을 보고, 반짝이는 불빛을 본다. 어릴 때 툇마루에 누워 하염없이 바라보던 하늘, 그때도, 지금도, 언제나 하늘은 나를 따뜻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하늘은 내게 여유와 쉼의 공간이다.

그림책 <언제나 하늘>에는 내가 좋아하는 하늘이 가득하다.

아침에 올려다 본 하늘부터 유리창에 비친 하늘, 그리고 하얀 햇빛과 구름, 하늘 바람이 있다.

퇴근 길에 멍하니 탄성을 지르며 바라보던 노을 햇빛과 붉은 하늘, 늦은 밤 지친 마음으로 응시하던 창 밖의 검푸른 하늘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담하게 하늘과 우리의 일상이 그려진다.

특별하고 감동적인 서사가 있지는 않지만, 조용히 펼쳐 보이는 다양한 하늘의 모습이 나에게는 편안한 일상처럼 느껴졌다. 하릴없이 조금은 느긋한 날이면, 무심히 창밖의 하늘과 그림책의 하늘을 번갈아 바라본다. 


오늘도 한 잔의 커피를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아, 초록 너머 곱게 물든 하늘을 바라본다. 느리게 흘러가는 구름 속에 수많은 시간과 공간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하늘이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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