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을 과연 등급으로 나눌 수 있겠느냔 생각을 최근 들어 자주 해 본다. 어중간한 성적, 그저 그런 회사, 존재감 없는 자리 등 지나온 내 상황이 비참하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인생에도 등급을 나눈다면 내 인생은 B급이라 생각했다. 네 인생이 뭐가 어때서?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2023년의 내가 느끼는 바는 보잘것없는 내 인생이었다. 무탈하게 흘러왔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내 삶이 실패한 인생일지 생각하면 또 그렇지 않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인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그렇게 느껴지는 인생의 변곡점에 다다른 것이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고 또 고민했다. 결론은 잠깐 쉬어가는 것. 잠시 쉬어간다고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열심히 달리려 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머물러 본다. 저는 잘 못하겠어요, 못하겠습니다, 안 하고 싶습니다. 맡은 업무에 책임감을 버리고 휴가를 떠나고, 남아 있는 연차를 긁어모아 여행을 떠났다. 시간이 흐르니 자연스레 묵은 감정이 사라지고 나 자신을 비하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잘하려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내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며 견디는 것, 그게 또 하나의 살아가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때론 잠깐씩 쉬어가면서 그럼에도 빛나는 직장인의 삶을 꿈꾼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여성으로, 아이 둘 키우는 워킹맘으로 여성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회사 안에서뿐만 아니라 회사 밖에서도 직장인의 멘토가 되는 삶을 살기 위해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하려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나 스스로가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는 게 40대 이후의 꿈이자 목표다. 허상 같은 이 꿈을 이루는 그날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일, 무너지는 마음을 컨트롤하고 통장의 잔고를 쌓아가는 것,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글로 남겨두는 일을 당분간 지속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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