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끝자락.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한 단어는 ‘책 쓰기’였다. 지난 몇 년간 도서 리뷰, 블로그 리뷰, 브런치 글을 써 오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 글을 다시 읽는 게 좋았다. 내가 내뱉은 내면의 이야기들을 곱씹고 지난 일을 돌이켜보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 이야기가 따뜻하게 들리는 것 같아 다시 읽고 싶었다. 언젠간 써야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책 쓰기를, 부족하지만 지금쯤 용기 내어 시작해 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여 관계를 유지하던 작가님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2024년, 책 쓰기를 시작했다. ‘엄마의 꿈‘이라는 주제로 8명의 멤버가 함께 작성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 꿈‘이라는 주제 앞에 며칠을 머뭇거렸다. 대학에 가기 위해, 직업을 찾기 위해 꿈을 가진 10~20대 초반의 그때를 제외하고 내가 특별한 꿈을 가진 적이 있었던 걸까? 결혼? 진급? 주택구입? 그런 게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직장인의 삶이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저 한 달 월급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게 아니겠냔 생각과 동시에.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직장생활에서 꿈을 가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꼭 일과 관련된 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등등 무수한 생각이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곤 어떤 한 가지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너무나 직업적인 관점의 목표와 꿈만 좇고 있는 내가 보인 것이다. 어릴 적 꿈은 천문학자였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꿈 근처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학에 가면서 꿈에서 조금 멀어졌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 학자‘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열심히 달려온 20대 초반의 내가 떠오른다. 오로지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준비했던 토익시험과 컴퓨터 자격증 공부를 제외하면 대학 생활 중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즐겁고 재미있어서 그토록 학자의 길에 매달려 온 것일까. 언제나 새로움과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약간의 안타까움이 남는다.
그토록 좋아했던 여행과 새로운 만남, 행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다른 무언가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면 나는 그 분야에 조금 더 전문가가 되어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들과 조금은 달라지고 싶었던 그때 그 광기를 일부분 기록으로 남기고 더 발전시키려 노력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어쨌거나 어린 시절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성인이 되고 난 후의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루었고 내가 정한 길에 맞추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사십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조차 고민하는 걸 보면 한 번쯤 내 꿈을 정비해 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머뭇거리다 과감하게 가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해 볼 것! 올해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진짜 나아가보려 한다. 그리고 잊었던 꿈도 되찾아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 직업을 얻기 위한 현실의 목표가 아닌, 진정으로 즐기고 정성을 다해 준비할 수 있는 “꿈“을 찾아서 내 마음속 깊숙한 곳의 목소리를 끄집어 올리기에 적당한 시점에 이른 것 같다. 아이들이 너무 어릴 때는 하루하루가 견딤의 연속이었고, 직장 생활의 연차가 적었을 땐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목표였던 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드니 나를 보듬어주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고 싶은 때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지.
며칠간 목차를 짜느라 애를 먹었다. 언제나 그렇듯 뚜렷한 목적이 없기에, 내 마음속에 숨겨진 꿈과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무엇 하나 술술 흘러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난날의 글을 다시 읽기도 하고 남의 글을 보기도 하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짜낸 목차는 아래와 같다.
1. 그 시절의 꿈, 이루어졌을까?
2. 열심히 살았는데 그저 그런 인생이었다
3. B급 인생이 어때서
4. 본업보다 취미가 나를 가슴 뛰게 합니다
5. N잡러는 불가하고 취미나 즐기렵니다
6. 꿈을 가진 엄마, 한눈파는 회사원
7. 다시 꿈꾸고 다시 그려 봅니다
책과 함께했던 지난날을 모두 담을 예정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 생긴 꿈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한 권의 책으로 박제시켜 두려 한다. 그리곤 40대 초반을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3년쯤 달려가 볼 예정이다. 둘째가 학교 갈 때쯤엔 9-6시 시간 노동자 직장인의 삶에 발 동동거리지 않고 조금 더 여유로운 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나를 위해, 가족들을 위해, 빛나는 엄마로 남기 위한 의욕을 불태워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