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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네니 Oct 27. 2024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아, 힘들고 지친다. 매일 밤 자기 전에 하게 되는 생각이다. 직장 생활하느라, 아이들 하원하느라 하루 종일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면 피곤함이 몰려와 아이들이 잠드는 시간에 나 또한 저절로 잠에 들게 된다. 행복한 삶을 위해 일하는데 행복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저 내 삶이 돈 버는 기계 같고 어제가 오늘같이, 내일이 오늘같이 느껴지는 팍팍한 날들이 지속되었다.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돈벌이는 눈으로 보이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생각됐다. 차라리 벌지 않고 덜 쓰면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어 행복하지 않을까, 나도 SNS에 나오는 저들처럼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해왔다. 그럼에도 특별히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신혼살림에 남들처럼 여유롭게 살 수 있었던 건 맞벌이의 힘이 컸다. 넉넉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남편도 아내가 일을 하는 덕분에 아이들에게는 해주고 싶은 것을 다 해줄 수 있어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그로 인해 한 가정 속에서 내 입지 또한 지킬 수 있어 나 또한 행복했다. 꼭 경제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일을 해 온 덕분에 내 삶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부심이 있고, 돈을 쓸 때 주눅이 들지 않는 점이 좋았다. 양가 어른의 도움을 받아 조금 더 편하게 육아하며 일하는 워킹맘들이 부러울 때가 많았지만, 스스로 해쳐온 덕분에 자립심이 강해지고 누구의 도움 없이도 내 삶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여유를 즐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내 시간을 갖고자 하는 의지로 변했고, 그렇게 5년 남짓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북클럽 활동을 통해 김신지 작가님의 <제철 행복>을 멤버들과 함께 읽고 한 달 동안 오늘의 행복 찾기에 매진했다. 책 속에 1년을 24절기로 나누고 절기에 따른 소소한 행복을 기록해 두었는데,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행복이란 게 이렇게까지 잔잔하게 계절을 나누어 찾아야 할 만큼 찾기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만큼 쪼개어 나열해도 모자랄 만큼 행복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찾아옴을 알게 되었다. 행복이란 일상에 있는 것인데 대단한 행복을 찾으려 돈을 쓰고. 시간을 써 눈에 보이기 좋은 행복만을 찾아다녔던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결국 지난 내 시간은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행복이 두 배 세배 컸던 것 같다. 뭐든 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에, 집에 머물며 아이들만 키웠다면 그 짜증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을까. 없는 돈에 나를 위한 취미 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 혼자 즐기는 독서나 글쓰기 활동에도 소소하게 돈이 들었고 그 모든 것을 내 스스로의 판단하에 선택하고 아낌없이 소비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워킹맘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겠느냔 생각에 머물러 본다. 그저 오늘 하루에서 한 발짝 물러나 지난 시간을 몇 년 단위로 쪼개어 회상해 보니 그 모든 게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회사에 머물러 일하는 시간과 아이 돌봄, 집안일에만 내 시간을 쓰는 게 아쉬워서 어떻게든 빨리 일어나 틈새 시간을 만들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충분하지 못해 쪼개어 쓴 틈새 시간 속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고 그 시간을 소중히 다룰 수 있었던 건 내가 워킹맘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행복은 여유로운 시간이나 풍족한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찾고자 하는 마음가짐에서 오는 것이었음을 지난 시간을 통해 깨닫는다. 비록 힘든 순간들이었지만, 아등바등 움직였던 시간이 쌓여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더욱 당당한 내가 되었다. 지난날의 수고로움에, 지치지 않았던 마음에, 포기하지 않고 해냈던 의지에 잘 해냈다는 따스한 위로 한마디 보내고 싶은 오늘을 살고 있다. <제철 행복>에서 풀어낸 오늘의 행복 덕분에 ’나는 이것 때문에 힘들어‘란 부정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오늘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싶다.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 단정하게 정리된 부엌과 책상, 나를 위해 준비한 노트 한 권, 함께 손잡고 걷는 하원길에서 마주하는 단풍잎 한 장도 오늘의 행복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찬찬히 나아갈 것.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소하면서도 큰 행복은 오늘 하루를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되뇌며 출근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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