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여행
월차 하나하나가 소중한 워킹맘에게 휴가란 어떤 의미일까. 한 시간 단위로 쪼개 쓸 수 있는 외출이란 개념이 도입된 이후로 아이가 아플 때, 학교에 일이 생겼을 때, 그 이외의 무언가를 위해 한 시간 두 시간 흘려 쓰다 보면 일 년에 주어진 월차는 아주 쉽게 사라지기 마련이다. 나를 위해,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은데 이를 위해 소중한 월차를 소비할 수는 없는 일. 아이들이 어릴 때는 더욱이 그렇다. 그럼에도 징검다리 연휴나 방학의 귀퉁이 한편은 꼭 가족과 함께 여행 하는 데 월차를 소비한다. 지루하고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집에만 머물러 있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멀리멀리 떠날 수 있는 수단 또한 여행이기에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10월의 징검다리 연휴, 아이 학교의 재량 휴일 덕분에 망설임 없이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를 예약했다. 내가 질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은 단연코 수영이었다. 그 말인즉 물속에서 질리지 않고 계속 놀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가을, 결혼기념일쯤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일상에 지친 우리 여행의 주목적은 먹고 자고 노는 것. 5박 6일을 머무르는 동안 이동하는 이틀을 빼고는 매일 물에 들어갔다. 즐겁게 물놀이하기 위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물과 친해지는 훈련까지 시킨 후 떠났던 물놀이 여행.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국내의 다른 곳처럼 긴 줄을 서지 않고 키 제한에 걸리지 않고 자유롭게 하루 종일 긴 미끄럼틀을 탔다. 수영장 곳곳에 있는 점핑 시설을 즐겼고 스노클링을 이용해 물속 세상을 즐겼다. 그때의 기억이 추억이 되어 언제나 수영하러 외국에 가고 싶다고 외쳤던 아이들. 이번 여름 역시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쳤고 우리는 또다시 2박3일의 수영 여행을 떠났다. 수영장이 포함된 리조트 패키지였는데 주변 관광이라도 하자던 남편의 말이 무색하리만큼 수영에만 집중했다. 패키지에 포함된 금액이 아깝기도 했지만, 수영장에서 즐기는 적당한 여유가 너무 좋았다. 콸콸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소란함이 내 머릿속 잡생각을 없애 주었고, 함박웃음 지으며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생각 없이 웃어본 게 얼마 만인가. 3끼 식사를 차리지 않아도, 아이에게 숙제하자 외치지 않아도, 회사 업무에 치이지 않고 행복하게 흐르는 시간을 만끽하는 게 좋았다. 여행이야말로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행복해지는 일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곳이 어디든 조금씩 짬을 내어 여행을 떠날 것. 여행이란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치가 아닐까. 다가오는 겨울엔 또 어디로 떠나볼지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