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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경 Apr 09. 2021

미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았다

현대 미술은 평면과 비평면 미술로 나뉜다


미술이라는 용어 이전에 <미술> 작품의 역사가 있었다 3

     

     

마르셀 뒤샹의 <샘>의 출현을 기점으로 현대 미술은 평면 미술과 비평면 미술로 

나눠진다. 평면 미술인 회화의 주도적 흐름은 역시, 구체적이고 정형화된 

화면 구성에서 추상적이고 비 정형화된 형식의 추구로 이어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물질문명에 대한 회의가 극에 달하면서 

앙포르멜(비정형) 운동이 일어난다. 인간이 이룩한 모든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것은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심은, 실존철학과 더불어 미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회화에서 구체적인 형태, 형식 = form를 제거하고 어떠한 형식에도 구속받지 않는 

안티 포멀(anti-formal) = 앙포르멜(informel) 운동이 일어난다. 유럽 최후의 

반이성주의, 반형식 주의 작가라 불리는 장 뒤비페가 대표적이다. 


왕래. 장 뒤뷔페. 앙포르멜    

     

  

비슷한 시기에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에서도 추상표현주의, 액션페인팅, 

옵티컬아트, 미니멀 아트 등 비정형 미술이 이어진다. 전쟁 특수로 인한  

경제적 호황과 문화산업의 다국적 전략으로 이제 예술의 모든 분야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주도권이 이행된다. 


추상적이기보다는 여전히 구상적이고 서사적이지만 폭력적일 만큼 그 표현 형식을 

극단화시켜 추해 보이는 것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윌렘 드 쿠닝, 

창작과정과 행위를 중시하는 액션페인팅 기법을 창시한 잭슨 폴락 등과 더불어 

추상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면을 강조한 프란츠 클라인과 

미니멀리즘과 모노크롬(단색화)에 영향을 끼친 바넷 뉴먼이 앵포르멜(비정형) 운동을 

확장시키며 현대미술의 커다란 물줄기를 형성한다.


여인과 자전거. 윌렘 드 쿠닝. 추상표현주의  

   

No1. 잭슨 폴록. 추상표현주의     


 뉴욕. 프란츠 클라인. 추상표현주의  

   

서약. 바넷 뉴먼. 추상표현주의    



1950년 대를 전후로 미술계에서, 비정형적인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극단적 주관 화가 

또다시 대중을 완전히 배제하고 소외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소수의 엘리트주의, 신귀족주의에 대한 반발로 

대중문화와 미술의 결합이라는 팝아트가 영국으로부터 일어난다. 

팝아트의 선구자,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 

<무엇이 오늘날의 가정을 그토록 멋있고 색다르게 만드는가?>에서 그림 중앙의 

남자가 들고 있는 막대 사탕의 상표에서 따온 팝아트가  


 무엇이 오늘날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가? 리처드 해밀턴. 팝아트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유럽 팝아트의 비판적인 경향은 제외시킨 채,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다양한 대중매체를 차용하는 형식으로 발전시키는데 소위 대중문화산업이라고 불리는 예술의 산업화를 크게 일으킨다. 

‘예술은 곧 자본이다’라고 외친 앤디 워홀을 비롯하여 로이 리히텐슈타인, 

키스 해링 같은 작가가 바로 그들이다. 


아.. 알았어.. 로이 리히텐슈타인. 팝아트    

     

  무제. 키스 헤링. 팝아트    


한편으로는, 그렇게 평면에서 빠져나온 소재들은 해체와 새로운 형태로의 결합과

채색 과정까지 더한 ‘앗상블라주’


 압축된 자전거. 세자르. 앗상블라주    


쓰레기, 폐자재를 이용한 정크아트로 개념이 확대된 ‘컴바인 아트’를 이어 


 나비. 폴 빌린스키. 정크아트    


 모노그램. 로버트 라우센버그. 컴바인 아트    


 평면미술의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전시장 밖으로 뛰쳐나와 길거리 등 장소 불문하고 

작품을 설치하는 설치미술에 이른다. 설치미술은 그 초기에 운동적 성격을 띠며 기존 평면미술 중심의 신화성, 배타성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전략으로 출발하였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며 팝 아티스트들에 의해 차용되기도 하고, 그 개념과 전략이 수정되어 

현재는 전시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역류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부드러운 변기. 클래스 올덴버그. 팝아트

    


평면에서 탈출한 미술은 일체의 기존 미술계의 전통을 부정하는 반 예술, 반 전통을 

기치로 삼은 <다다 선언> 이래, 예술가의 행위 그 자체가 예술의 본질이라는 해프닝, 

퍼포먼스와 같은 장르로까지도 확대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반 전통적인 

미술 장르는 전통적인 조각도 회화도 아닌 제3의 양식 즉, 

비평면 미술이라 명명해야 마땅할 것이다. 


도시의 스냅사진. 클래스 올덴버그. 해프닝    



현대 미술계에서는 

예술가의 전략적 의도, 평론계와 언론, 수집가 등 미술시장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호응과 시장화된 또는, 산업화된 미술계라는 유통과정 안에 들어설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미술 작품이 된다. 물론 그것이 논쟁의 대상이 될 만한 작품이든 아니든, 작품으로서의 예술적 가치는 미술계 바깥에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판단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다. 그들만의 리그 내에서 서로 샀다 팔았다 하면서 시장 논리에 

편승할 수 있다면 예술적 가치 = 사용 가치 = 투자 가치는 서로 상응하며 높아진다. 

이는 건축업자, 부동산 소개업자들, 투자자, 부동산 관련 미디어들로 이루어진 

부동산 업계의 관행 즉, 자기들끼리 이 아파트가 좋네, 안 좋네 저 땅이 가치가 있네 없네 하면서 샀다 팔았다 천정부지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작동방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술을 창작하는 행위 – 평면 위에 그리든, 비평 면적인 방법으로 제작을 하든 – 가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대도 잘 타야 한다는 것, 

반드시 전시장 안에 입성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전시장을 둘러싼 미술계 관계자들 (작가, 평론가, 언론, 

작품을 판매하고 수집하는 시장 사람들, 관람객은 대체로 포함되지 않는다)이 인정하고 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의 공간에 있던 어떤 물건들이든 어떻게 해서든, 미술관 안으로 진입만 할 수 있다면 미술 작품으로 뒤바뀌는 마술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어떤 것도 심지어는 예술가의 ‘똥’도  

예술 작품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대 미술의 한 전형이다. 


 예술가의 똥. 피에로 만초니. 팝아트    

예술가의 똥. 30그램. 신선하게 보존됨. 1961년 5월에 생산되어 저장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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