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한복이 Oct 19. 2023

난 크고 싶지 않아


하원한 아이와 손을 잡고 길을 건넜다.

손이 아직도 이렇게 조그맣다. 귀엽게.

차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한 지 2분도 안된 것 같은데 한숨을 쉬었다.


엄마 다리가 아파서 더 못 걷겠어. 오늘따라 집은 왜 이렇게 멀어? 혹시 우리 집이 도망가는 건 아닐까?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집이 왜 도망가?
아무리 아무리 걸어도 도착이 안되잖아. 봐! 집이 아직도 저렇게 멀리 있어
엄마는, 방금 차에서 내렸는데 벌써 집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나 좀 안아주면 안 돼? 나는 엄마보다 작아서 더 멀다 말이야. 안아주면 안 돼요? 응? 응?


가만히 있어도 귀여운 녀석이 작정하고 애교를 부리면 당해낼 도리가 없다.


엘리베이터 앞까지만이야. 이리 와~
예~!!


앉아서 두 팔을 벌리자 품으로 폴짝 뛰어들었다.

많이 컸다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안으면 아직 아기 같다.


우와! 우리 심쿵이 진짜 많이 컸네!
조금만 더 크면 엄마가 이렇게 안아주기도 힘들겠다.
내 말 맞지? 그건 내가 잘 먹었다는 뜻이지?
그럼 나 대단하단 거지?


자랑스럽게 뽐내더니 갑자기 내 목을 감싸고 어깨에 기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아이의 숨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내 목을 꼭 안았다가 힘을 뺐다가 다시 또 꽉 안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마침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아이를 내려주자 내 손을 잡으며 시무룩하게 그랬다.


엄마. 난 크기가 싫어. 계속 이렇게 쪼끄맣게 살고 싶어.


엄마도 우리 심쿵이가 크는 게 아쉬워.

계속 이렇게 엄마품에 안고 다니고 싶어.

몽글몽글해진 가슴을 안고 다음에 나올 아이의 말이 무엇일까, 감동받을 준비를 하고서 아련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왜하냐면(왜냐하면) 공부하기 싫으니까.
그리고 맛없는 것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잖아.
윽. 벌써부터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플라고 해.
그냥 계속 아기 하게 해 주면 안 돼요? 네? 네?
엄마도 내가 계속 귀여우면 더 좋잖아.  응? 응?



와장창.





매거진의 이전글 신기한 한글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