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핍을 두려워합니다.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는 결핍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스스로 만든 두려움일 때가 많습니다.
결핍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냉장고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한 번 냉장고를 떠올려 봅시다.
냉장고 안에는 김치, 달걀, 양파, 채소 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자세히 드려다 보면 같은 종류의 채소가 아직 남아 있음에도, 또 구매해온 야채들이 쌓여 있음을 흔하지 않게 봅니다.
재료들이 냉장고에 남아있는지 몰라서 마트에서 추가로 산 것일까요? 이 과정은 언제나 먹을 것이 부족했던 먼 원시 시대 때 부터 우리의 DNA에 각인된 결핍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 있습니다. 사냥해온 닭을 배불리 먹고도 결핍을 느끼는 것은 언제 다시 음식을 구할수 있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언제나 결핍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DNA 속에 아직도 그 결핍에 대한 두려움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넘쳐나는 재료들은 모두 사용되지 못한 채 유통기한을 넘기고, 그것들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죄책감을 느끼는 소비행동을 통해서 결핍을 아직도 관용하지 못함을 확인합니다.
냉장고가 텅 비었을 때를 상상해보세요. 새로운 재료를 사기 전까지 한 끼를 굶어야 한다면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21세기의 우리 삶은 한 끼를 건너뛰는 일로 인해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루를 굶주린다고 해서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결핍을 참을 용기를 갖지 못하고, 언제나 채우려는 행동에 집착합니다.
결핍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졌을 때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냉장고가 텅 비었을 때, 재료가 다 떨어졌을 때, 심지어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때조차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결핍의 순간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음식이나 물건, 혹은 그 외의 외부적인 것들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중이란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빼는 데서 온다." 결핍을 수용하는 과정은 우리가 정말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또한, 브레네 브라운 박사는 그녀의 연구에서 "결핍을 인정하고 그것과 친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마하트마 간디는 "인간의 진정한 부는 소유물의 양이 아니라, 필요를 줄이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삶을 단순화하고 물질적 소유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진정한 평온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단순히 철학적 사유에 머무르지 않고, 그의 비폭력 운동과 자급자족의 실천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결핍을 견딜 수 있는 팁 몇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결핍의 순간을 기록하기: 냉장고가 비었거나 무언가가 부족한 순간을 일기나 메모로 기록해 보세요. 이러한 기록은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결핍이 우리 삶에 실질적인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작은 결핍 실험: 하루 동안 간식 없이 지내보기, 필요한 물건을 일주일 동안 사지 않기 등 작은 실험을 통해 결핍을 체험해 보세요. 이 경험은 결핍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연습이 됩니다. 결핍이 나에게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것을 확인하기: 냉장고나 집 안에 이미 충분히 있는 물건들을 목록으로 작성하고, 지금 당장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확인하세요.
단순화된 목표 설정: 하루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하거나, 필수적인 물건만으로 하루를 보내는 목표를 세워보세요.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적응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감사하는 마음 갖기: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풍요 속에 숨겨진 결핍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결핍을 관용할 줄 아는 순간, 우리는 외부의 조건에서 벗어나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됩니다. 외부의 풍요가 아니라 내면의 단단함이야말로 진정한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냉장고가 비어 있더라도, 내 삶은 내가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우리는 더 이상 외부의 것들에 의존하지 않게 됩니다.
결핍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고, 삶의 중심을 찾는 기회입니다. 결핍에 대한 관용은 불안을 없애는 첫걸음이며, 우리를 자유롭고 진정한 주체로 만듭니다. 그러니 냉장고가 텅 비었을 때조차,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 속에서 스스로의 힘을 발견해 보십시오. 결핍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