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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랑 아저씨

by 한금택 Mar 25. 2025

직장생활에 무슨 정답이 있겠냐 만은 유독 직장생활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건부 면사랑에 빠진 사람이 그렇다.

회사가 만일 나에게 급여를 올려준다면 ~

네가 만일 나에게 먼저 준다면~

네가 만일 나에게 먼저 인사 한다면~


이런 “면사랑 아저씨”는 어느 회사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계에 있어 수동적이다. 먼저 나서서 일을 하지 않는다. 주변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한다.

그는 뭔가 큰걸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항상 바르고 정의롭다.

문제는 주변 동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관계라는 것은 관성이 있다. 한번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을 때까지 계속 다른 방향으로 진행한다.

서로 오해가 있다면 저마다의 방법으로 오해를 풀고 다시 방향을 바로 잡는다.

그런데 면사랑 직장인은 당당하게 자신의 방향으로 직진한다. 그 방향은 동료들과 정 반대 방향임에도 말이다. 그는 늘 동료들에 대해 불만이다. 이유 없이 과중한 업무를 맡긴다. 자기를 두고 동료들이 험담을 한다. 동료들이 자기와 식사를 함께 하지 않으려 한다.

이 모든 문제가 본인이 원인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하소연을 듣고 있으면 그의 잘못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그를 이유 없이 괴롭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별히 그가 남을 공격한 일도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길게 펼쳐 놓으면 원인이 보인다.

면사랑아저씨가 갑작스레 우환을 겪었다. 아버님이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불행에 좌절했다. 아버님의 죽음은 그를 한동안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동안 슬픔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연차를 다 사용했다. 동료들은 그의 상황을 이해했다. 그는 출근했지만 눈에 초점이 없었다. 동료들은 그의 업무를 대신해 주었다. 그가 참여하고 있던 프로젝트도 동료들끼리 처리했다. 그의 업무를 동료들끼리 십시일반 나누며, 그가 힘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서서히 활력을 찾기 시작해 4개월쯤 그는 완전히 극복한 듯 보였다. 정상적인 업무와 생활이 가능해졌다.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한 동료들은 더 끈끈한 관계가 되어야 하지만,

면사랑아저씨와 동료들의 관계는 나날이 악화됐다.


사무실에 에어컨을 설치할 일이 있었다. 평일엔 업무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일요일에 해야 했다. 누군가는 일요일에 출근을 해야 했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면사랑 아저씨는 제일 먼저 단호히 거절했다. 다른 동료가 출근했다. 별일 아니지만, 출근한 그 동료는 면사랑아저씨가 힘든 시기에 가장 많이 일을 대신했던 사람이다.

공동의 작업이 있을 때도 , 면사랑아저씨는 당당했다.

만일 나를 먼저 도와준다면~

만일 회사가 나를 승진시켜 준다면~

만일 당신이 먼저 나에게 호의를 베푼다면~


 그는 점차 외톨이가 되었다. 그는 점심을 혼자 먹게 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당당했으며, 오히려 다른 사람이  이유 없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라면 그는 낮은 성과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그는 자신을 제외한 동료와 회사를 욕하면서 떠나게 될 것이다.

뭔가 가르쳐 주고 싶지만 면사랑은 너무나 완벽한 방어기제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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