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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바쁨"이라는 의미.

by 한금택 Mar 31. 2025

직장인은 누구나 바쁘다. 시간에 맞춰야 하고, 미팅에 참석해야 하고, 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 님 바쁘시죠.. 죄송한데 이 문서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흔한 직장인들의 대화다. 

바쁘다. 는 의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처리할 일이 많아서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한다. 

직장인에게 바쁘다는 것은 어쩌면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바쁘니까 나는 불쌍한 피해자입니다. 

바쁘니까 나에게 더 이상 업무를 주지 마세요.

바쁘니까 나는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바쁘니까 나는 회사에서 조금 쉬어도 괜찮아요. 

바쁘니까 다른 동료들은 나를 도와주어야 해요. 

바쁘니까 나는 당신보다 중요한 사람이에요.

바쁘니까 나는 급여를 더 많이 받아야 해요.


사무실에 근무하는 다양한 직원 중, 유독 바쁜 분이 있다. 그는 누가 봐도 바쁘다. 너무 바쁜 나머지 늘 허둥지둥한다. 너무 바쁜 나머지 늘 야근이다. 그는 언제나 지쳐 있다. 그는 언제나 일을 고통스럽게 대한다. 지나친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인해 그는 늘 퇴사를 말하고 다닌다. 

보는 사람도 안타깝다. 왜 저분은 늘 눈코 뜰 새 없이 바쁠까. 

동료들은 바쁜 그를 만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가지런히 배꼽에 붙이고 고개를 숙인다.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서 나는 그처럼 바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는 미팅에 참석해서 한숨부터 쉰다. 언제나 자신의 과중한 업무에, 회사에 불만이 많다. 그의 곁에 있으면 내 마음도 무거워진다. 숨 막히는 그의 스케줄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요청들. 

보통사람이라면 하루도 견디지 못할 것 같다. 그가 말하는 일과를 들어보면 정말 퇴사가 답이다. 신기하게도 그는 장기근속자다. 

습관처럼 내뱉는 퇴사한다는 말에, 주변 동료들은 심드렁하게 듣는다. 마치 칠순 노인이 “내가 빨리 죽어야지 원…” 하는 무의미한 하소연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본인 스스로 정해 놓은 직장이라는 정도에 경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은 언제나 바빠야 한다. 직장인은 언제나 성실해야 한다. 직장인은 언제나 시키면 해야 한다. 

이런 직장의 룰은 스스로 정해 놓은 것이다. 직장의 룰에 사로잡혀 원하지도 않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직장인은 노예가 아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퇴사할 수 있고, 업무를 거부할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 

그도 알고 있다. 퇴사할 수 없음을. 퇴사할 만큼의 용기가 없음을 알고 있다. 


한때 로버트기요시키의 [부자아빠가난한 아빠]가 직장인 필독서였던 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 로버트 기요시키는 “직장인은 노예다, 빠른 탈출이 정답이다” 는 주장을 논리적이고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감동받아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일주일도 안돼 깨달았다. 나는 사업할 만한 능력도, 돈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선택했다. 어차피 직장을 때려치울 능력도, 용기도 없다면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어떨까. 직장 업무에 자기계발을 녹이면 어떨까. 

퇴사를 꿈꾸며 일을 잘할 수는 없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너무 괴롭고, 힘들면 용기 있는 퇴사를 선택하자. 그렇지 않다면 퇴사는 잊고 내 앞의 업무에 몰입하고, 업무를 개선하고, 문제를 완벽히 고쳐서 다시 나를 귀찮게 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든다면, 회사 생활이 고통스럽지 않게 된다. 과도한 업무라면 프로세스를 연구해서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서 일을 줄여야 한다. 

불평등하게 나에게 밀려오는 하찮은 일들이라면 , 다른 동료와 나누고 그것이 안된다면 맞서 싸워 나를 보호해야 한다. 

직장인은 노예가 아니다. 노예가 아닌 만큼 자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스스로를 포기했을 때, 그때 노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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