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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선생 Dec 01. 2022

라디오에 출연한 다둥이 아빠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해하게 되었다.

'얘들아, 아빠 라디오에 나왔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 찼다.
그의 잔잔한 목소리가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수줍은 웃음소리도.
DJ의 질문에 능숙하게 대답하는 그는
다정한 남편이고 아빠였다.

나만 몰랐다.
그가 최선을 다하고 있단 걸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나도 인정받고 싶은데, 나부터 인정해 줘.'
당신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나의 인정받지 못함을 위로했다.

겨울이면 우리 부부에게 추가 업무가 내려온다.
3일마다 병원 데려가기, 어린이집 투약 의뢰서와 약 준비하기, 먹이기.
아이들이 많이 아프면 지각과 조퇴, 아이돌봄휴가 쓰고 병간호하기.
9개월과 35개월, 57개월  아이가 번갈아가며
아프니 몸과 마음이 팍팍하고 짜증이 절로 난다.

피로와 당신에 대한 서운함이 코끝까지 쌓여갈 때
당신의 목소리가 나오는 라디오를 들었다.
삼율이와 나는 당신의 30대 그 전부였다.
좋아하는 잠, 축구, 친구 모임을 누르고
신생아 두 명을 어린이로 키웠다.
고마워요. 고생 많았어요.
인정과 감사의 '12월 까방권'을 참여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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