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아빠 라디오에 나왔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 찼다. 그의 잔잔한 목소리가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수줍은 웃음소리도. DJ의 질문에 능숙하게 대답하는 그는 다정한 남편이고 아빠였다.
나만 몰랐다. 그가 최선을 다하고 있단 걸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나도 인정받고 싶은데, 나부터 인정해 줘.' 당신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나의 인정받지 못함을 위로했다.
겨울이면 우리 부부에게 추가 업무가 내려온다. 3일마다 병원 데려가기, 어린이집 투약 의뢰서와 약 준비하기, 먹이기. 아이들이 많이 아프면 지각과 조퇴, 아이돌봄휴가 쓰고 병간호하기. 9개월과 35개월, 57개월 아이가 번갈아가며 아프니 몸과 마음이 팍팍하고 짜증이 절로 난다.
피로와 당신에 대한 서운함이 코끝까지 쌓여갈 때 당신의 목소리가 나오는 라디오를 들었다. 삼율이와 나는 당신의 30대 그 전부였다. 좋아하는 잠, 축구, 친구 모임을 누르고 신생아 두 명을 어린이로 키웠다. 고마워요. 고생 많았어요. 인정과 감사의 '12월 까방권'을 참여 선물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