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감정은 ‘불안’이었다. 언제부터 시작된 지 모를 해묵은 불안은 지독하게도 여전히 날 따라다닌다. 사람들의 눈을 마주할 때마다 눈동자에 비친 내가 너무나도 하찮아 보여서 늘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스스로의 생각 속에서 재단되는 내가 하루가 다르게 보잘것 없어진다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날이 늘어났다. 나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긴 나날들의 결과물이 눈에 밟힌다.
사랑받고 싶어 내뱉던 서글픈 궤변들과 이해를 변명 삼아 늘어놓은 체념은 결국 자학일 뿐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