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엄마의 원망
하루하루를 소변줄과 씨름하면서 얼른 수술하고 퇴원하고 싶다는 생각만 해왔는데 정작 수술 삼일 전이 되니 기분이 축축 처진다. 꽤나 잘 이겨내 왔지만 수술 이후에 찾아올 통증과 힘듦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고 앞으로 사는 동안 관리를 정말 잘해줘야만 된다는 사실이 무섭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모른 척 넘어가주세요)
크론병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과 함께 소화관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 세균총에 대한 우리 몸의 과도한 면역반응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이 되고 있다.
증상은 설사, 구토, 체중감소, 복통 등 다양한데, 나의 경우 염증이 심각해져 장과 장 사이, 방광 벽이 녹았고 그로 인해 사이에 누공이 생기게 된 케이스다. 방광과 장이 이어지다 보니 소변을 볼 때마다 대변이 함께 나오는 미친 대박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적은 글에 적혀있지만 난 워낙 통증에 무딘 편이라 이렇게나 병이 심화되고 장이 녹아내릴 동안 복통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아마 그래서 수술을 할 정도로 방치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병원에서 하는 일이 약 맞고 밥 먹고 누워있는 것밖에 없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보내고 있다. 특히나 자기 전에 항생제를 한 시간 정도 맞게 되는데 그동안은 병실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보낸다.
어제는 내가 아프기 시작한 이유와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서 말을 했는데 엄마는 내 담당 교수님을 정말 많이 원망하고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3개월에 한 번씩 외래를 보러 오는데 염증 수치가 높아도 그냥 약을 유지하고 크게 병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수원에 있는 병원까지 가는 데에만 드는 돈, 시간이 있는데 외래 진료를 보는 시간은 겨우 3분 정도...?
예를 들어 병원을 가서 진료를 보면 그냥 피수치만 보고 “염증 수치가 올랐네요-?”하며 대충 파악만 하고 관리 잘하라고 돌려보내는 식이었다. 엄마는 그때 염증수치가 심하게 오른 걸 확인했으면 적어도 다른 검사를 받아보자는 권유는 해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원망을 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쓰는 돈과 시간에 비해 그냥 같은 레퍼토리로 반복이 되는 느낌이었달까...
아 뭐, 이미 벌어진 일이고 수술은 잡혔으니 크게 원망하고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쨌든 아픈 건 내 몸이기에... 이번 기회에 수술을 하고 좀 더 나아진다면 오히려 럭키비키가 아닌가-!
이제 겨우 3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하루라도 더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컨디션 조절해서 빠르게 퇴원할 수 있게 노력해 봐야겠다.
크론병 환우의 사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술부터 회복, 관리까지 앞으로도 잘 봐주십시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