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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 쌍둥이 Sep 10. 2024

경쟁이라는 친구와 잘 지내는 법


경쟁은 사람을 금방 지치게도 또 금방 한 발짝 더 나아가게도 하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신기한 힘 덕분에 어쩌면 우리는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인생의 완주를 목표로 열심히 달려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는 의도하지 않아도 늘 수많은 경쟁을 만나게 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일상처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루의 끝에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면 매 순간순간 경쟁 속에 고군분투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등교에서 출근으로 등수에서 승진으로만 바뀌었을 뿐 경쟁은 우리가 성인이 되어도 떠나지 않고 늘 곁에서 우리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한다. 

마치 오랜 단짝 친구처럼 말이다.


하지만 친구도 너무 오래 만나면 싫어질 때가 있는 것처럼 이 끝없는 경쟁과 오래 함께하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이제는 이 경쟁에서 벗어나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이 문뜩문뜩 들 때가 있으니 말이다.

나이를 훌쩍 먹으면 환경이 바뀌면 이 경쟁이 있는 사회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내 맘대로 살 수 있을까라는 헛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경쟁 없이 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 사실 한편으로는 경쟁 속에서 더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옆에 누군가가 있어서 내가 더 성장한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끝없는 비교 속에서 가끔 우리는 이상한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경쟁에 정을 붙이고 살아가다가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순간 이 친구에게서 정이 뚝 떨어져 버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이렇게 지긋지긋할 정도로 평생을 함께 가려는 경쟁이라는 친구.

이 친구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지가 우리 쌍둥이가 항상 자라오면서 했던 고민이다.

모두 살아가면서 적어도 한번 정도는 옆집 친구와 비교하는 엄마의 듣기 싫은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옆집 00 이가 이번에 수학 만점 받았다더라! 넌 몇 점이야?”

그럴 때마다 엄마에게 화를 버럭 내면서도 괜히 마음 한쪽이 찔려 수학 문제를 1문제라도 더 풀고 잤던 기억이 없는지 궁금하다.


여러분은 어떤 경쟁을 해보셨는지 여쭤보고 싶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때로는 나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어주기도 때로는 스트레스의 원흉이기도 했던 그런 애증의 경쟁자가 없었는지 궁금하다.

우리 쌍둥이로 말하자면 그런 애증의 경쟁자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아주 오랫동안 말이다.

맞다.

우리는 항상 서로가 서로의 둘도 없는 경쟁자였다. 물론 그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쌍둥이로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은 우리 둘을 서로의 경쟁자로 정해놓은 것 같았다.

누가 먼저 “엄마!”라고 말을 하는지 누가 먼저 보행기를 떼고 서서 걷는지부터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에 눈을 뜬 순간부터 서로를 의식하면서 살아오게 되었다.


누가 누가 더 잘하나.

이 논제가 항상 우리 쌍둥이가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함께했다.

명절에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온 가족이 모이면 늘 많은 친척들 중에서 우리 쌍둥이는 가족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누가 더 공부를 잘하는지 같은 단순한 궁금증 속에 겨우 비교 대상은 우리 둘 뿐이었을 때 허탈함과 불편함에 대답을 꺼렸던 기억이 난다.

'이 세상에 경쟁자가 얼마나 많은데 왜 어른들은 굳이 우리 둘 가지고 1등 2등을 메기려고 하는지!'

속으로 불평을 한 적이 많았다.


학교에 가도 학원에 가도 선생님들은 엄마에게 상담을 해주실 때 우리 쌍둥이를 서로 비교대상으로 예를 들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그래야 더 이해가 쉬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쌍둥이 언니는 잘하는데 동생은 왜 그래?” “동생은 잘하는데 쌍둥이 언니는 왜 그래?”

이런 평가가 한때는 너무 듣기 싫었다. 우리 둘 말고도 훨씬 잘하고 못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왜 우리는 늘 둘만의 경쟁을 해야 하는지 마음이 지쳐갔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렇게 끝없이 우리 둘을 비교 선상에 올려 두고 저울질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새 불만을 가지면서도 부모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친구에게도 서로가 1등이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우리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경쟁은 싫지만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은 게 어쩔 수 없는 사람마음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둘 도 없는 경쟁자가 되어주며 초중고 학창 시절을 보냈다. 때로는 질투심에 다투기도 때로는 서로를 격려해 가면서 말이다.


그때는 둘만의 경쟁이 그렇게 지치고 싫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우리는 그 경쟁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언니보다 성격이 안 좋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유하게 넘길 수 있었고 공부를 하다 잠이 와도 동생 덕분에 1문제라도 더 풀고 시험을 칠 수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다가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언니는 했는데 동생은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꽤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었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의 한계를 뛰어넘고 해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말이다.


그렇게 경쟁은 우리에게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슬픔을 주면서 우리의 인생과 함께했다.


여러분도 성장하면서 수많은 경쟁 속에 행복을 느낀 적도 좌절감을 느낀 적도 있으실 거라고 생각한다.

초중고 학창 시절만 잘 버티면 경쟁에서 도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더 어마 무시한 취업시장이 기다리고 있었던 적은 없는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승진에 성공했을 때 맘껏 기뻐했던 적은 없는지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경쟁이라는 친구한테 이겼을 때 승리의 기쁨을 느끼고 졌을 때 세상에서 경쟁력을 잃은 것 같아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오래 실망하지도 너무 오래 기뻐하지도 않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인생에서 경쟁에 이기는 날도 지는 날도 모두 경험을 해봤기에. 또 앞으로의 날들에 이겨내야 할 경쟁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다는 걸 알기 때문 아닐까 싶다.

인생의 불안정한 상승과 하강곡선 속에서 직선이 주는 안정감이 가장 크고 오래간다는 걸 우리는 이제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경쟁 속에서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지치지 않고 세상을 잘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때로는 나보다 한걸음 앞에서 때로는 나보다 한걸음 뒤에서 나의 마음을 밀고 당기는 친구.

이 경쟁이라는 친구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나의 속도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이 경쟁이라는 친구와 편안하게 걸어가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쌍둥이는 앞으로는 조바심을 내지 않고 각자의 속도를 잘 지키면서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속도와 상관없이 나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어떨 때는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중요한 건 남보다 빠른 몇 분 몇 초의 기록이 아니라 내가 내 인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어왔다는 완주의 기록인 것 같다.


그러니 여러분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쟁을 만나더라도 지치지 않게 나의 속도를 잘 지키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걸어가셨으면 좋겠다.

나를 앞질러서 가는 사람이나 나보다 뒤에 있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걸 목표로 하셨으면 좋겠다.


때로는 남보다 빠르고 때로는 남보다 느려도 괜찮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나의 속도를 잃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완주할 수 있다.


경쟁이라는 친구와 이 세상을 완주하는 날까지 함께 할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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