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은 아닙니다만! ^-^
매일 아침 필사를 한다. 존경하는 시인들의 시가 나의 혈관으로 스며들어 온 몸에 퍼질 때까지, 한 편의 시를 읽고 읽고 쓰고 다시 읽는다. 한 번에 '아!' 하는 울림을 주는 시도 있고, 처음에는 뭔 말인지 모르겠더니 몇 번이나 읽고 빠져 나오려니 그제야 어렴풋이 알겠는 시도 있고, 아무리 읽어도 도저히 내 스타일이 아닌 시도 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성공한 작가가 되고, 지금 나와 같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노시인이 된다 하더라도, 매일 아침 시 한편을 깊게 들여다보며 필사를 하는 습관은 죽을때까지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죽을 때까지 매일 시를 읽어도 세상에는 아직도 내가 읽어보지 못한 황금같은 시들이 널려있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는 황금이 이토록 지천으로 널려있는데 아무도 캐내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다. 나 역시 불과 3개월 전 까지만해도 그렇게 살지 않았던가.
소설가나 만화가가 아닌 시인이 되기로 한 것은 얼마나 잘한 선택인지! 나는 무엇보다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도 내 스스로가 만족스럽고 내 자신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 가족이 나로 인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매 순간 그런 인생이면 좋겠다. 시가 그것을 도와준다. 소설과 만화만 주구장창 읽으며 살 때는 몰랐던 삶의 아름다움이, 시를 읽자 비로소 내 앞에 펼쳐진 기분이다.
시를 쓰기 위해 주변을 깊이 보는 연습은 세상을 사랑하게 하고, 시를 쓰기 위해 사람을 깊게 보는 연습은 타인을 이해하게 한다. 나태주 시인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자세히 보고 오래 들여다보면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은 존재가 없다고. 세상을 사랑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습관은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한다. 결국 나를 편안하게 한다. 시를 잘 쓰고 싶었을 뿐인데 인생을 더 잘 살게 된 것 같다.
아직 책이 출간된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가 된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런 황홀경에 빠져 지낸다. 시는 소설에 비해 지극히 현실적인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깊이 빠져보니 소설보다 더한 몽상에 빠져 지내고 있다. 현실에서 발을 살짝만 떼었을 뿐인데도 동심의 세계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시에는 기쁨과 아름다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삶의 괴로움과 허무나 환멸까지도 다 내재되어 있는데도 어째서 이런 기분인지 모르겠다. 어두운 시를 읽으면 한동안 착잡해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들춰낸 것이라도 그 끝자락에는 빛의 잉크가 묻혀져 있는 것이 '詩'인 것 같다.
나의 책상에서는 나만의 시 세상에 빠져 둥둥 떠다니다가도,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가면 시나 글 따위는 깡그리 잊어버린다.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고, 시엄마와 남편이 내게 하는 말이 무슨 말들인지 알 수 있다. 머릿속에 글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찬 날은 가족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면 가족과 함께 한 소중한 하루를 그냥 날려버리는 것이다.
시가 아무리 중요해도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보다 중요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집에 있을 때는 가능한 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책을 읽고 시를 읽는 것도 모두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닌가.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더 큰 대의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족보다 우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언제나 가족에게 먼저 인정받는 사람이고 싶다. 가족들이 나의 글 쓰는 행위를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시로 세상 한 켠에 불이 켜지길 희망한다. 그 불빛이 가장 먼저 나와 우리 가족을 밝혀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