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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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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Jun 12. 2022

하루 인생 07

한 주, 일곱 이야기  


무사히 한 주를 살아냈다. 한 주 동안의 다짐과 그동안의 후회와 연민, 그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고픈 몇 가지 이야기를 곱씹어본다. 가만두면 감사하게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들을 다시금 곱씹어보며 이전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발버둥을 친다.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응원하며 한 주, 칠일 간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떠올려본다. 당시의 감성이 담긴 사진과 의미심장한 메모, 그리고 무미건조한 시간의 굴래에 짜 맞춰진 다이어리의 작은 흔적이라도 있다면 빠트리지 않고 돌이켜 보면서.


감사한 점은 이러한 노력에 있다. 이전의 삶과 이곳 캐나다 밴쿠버의 삶 가운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오늘의 하루가 어제, 내일의 하루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르게 바라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반복된 삶 속에서 무언가 떠올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그것은 삶을 추동하게 만드는 아주 원초적인 본질의 추구일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리던 주말 아침, 밴쿠버 국제 아이들 축제(Vancouver International Children's Festival)에 다녀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2년여간 축제는 중단되었고, 그래서인지 아직은 온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축제가 열리는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가 본래 유명한 관광지였기에 관광을 나온 사람과 축제의 주인공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연스레 섞여 조화로운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두 편의 아동극을 관극 하고 그곳에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며 주어진 것들을 관찰했다.


Tricoter by Foolish Operations of Vancouver. Photo: Vanessa Fortin
A Story of a House that Turned into a Dot by Teatret Gruppe 38 of Denmark. Photo: Olivier Guillemain


이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그랜빌 아일랜드의 매력은 공업단지로 시작했던 이곳에 문화, 산업, 예술, 교육이 한데 어우러져 발현되는 복합성일 것이다. 잠시나마 시간을 두고 지내온 시간들에 관하여 생각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은 현장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빛을 내고 있는 그들에게 찬사와 부러움을,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무엇을 위해 이곳에 머물며 경험하고 기록하는지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비는 멎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때론 간결하지만, 어느 날엔 끝이 없는 긴 이야기가 되어 마치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결코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되어, 조금은 더 묵혀두고 품어 두고픈 이야기처럼, 하지만 때론 당장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가 한 주 안에 있다. 그중 아이들 축제가 있었던 하루를 끄집어낸 이유는 단순하다. 그곳에서는 굳이 내가 주인공일 필요가 없다. 늘 주인공이기만 한 이야기는 피곤하니까, 가끔은 뒤로 물러서서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만약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아이들일 수 있다면 더욱 그럴듯한 이야기가 완성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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