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본질을 파악하는 데 필요 없다.
베트남 호찌민시에는 일본 사람도 아주 많이 살고, 그래서 맛있는 일식당도 많다. 나도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요즘은 어느 일식당에 가더라도 늘 치라시스시를 주문한다. 얇게 깐 조미된 밥 위에 갖가지 생선회와 기타 간단한 고명을 얹어서 나오는 음식이다. 나는 음식점마다 조금씩 다른 재료들의 조합을 비교해 보는 것이 재미있고, 무엇보다 날것의 생선회 느낌이 좋다. 생선를 굽거나 쪘을 때의 질감과는 다른, 약간은 비릿하지만 좀더 생생한 진정한 물고기와도 같은 생선의 본질적인 느낌의 식감이 좋다.
나는 날것을 좋아한다. 음식뿐 아니라 겉포장이 벗겨진 채로 살아있는 알맹이의 본질을 느끼는 것이 좋다. 그래서 화려한 포장은 단지 겉치레일 뿐이라 느끼며, 선물을 주고 받을 때에도 겉포장보다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랑을 하기 싫은 사람은 없다. 아름답게 찍힌 본인의 사진이나 예쁜 새 옷을 입은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부러워하는 시선을 즐기기를 원한다. 본인의 지식을 자랑하고 멋지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존경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렇게 꾸며진 모습 속에 숨어 있는 알맹이를 나는 본다. 겉으로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꾸며진 모습보다 속에 숨어 있는 의도와 화려함 뒤로 감추고 싶어 하는 치부가 무엇인지가 더 신경이 쓰인다.
과하게 밝은 인성을 가진 사람은 그의 내면의 어두운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더 웃는 것이며, 아름다운 외모만을 강조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성격의 일부분을 가리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을 보면 장점이 부각되어 보인다기보다 그가 숨기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쳐 보이며, 내게 쉽게 보이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찾아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장은 필요하다.
양념 없이 날생선만 먹으면 무슨 맛이 있겠는가. 스포츠 경기가 재미없을수록 하이라이트도 재미없어진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하잘것없는 것을 최대한 꾸며서라도 남들에게 자랑을 해야 즐거워지겠지.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번민이 극으로 치닫고 있더라도 내 자랑하는 재미로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행복하니까 웃는 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웃어야 한다고들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