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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뒷면 Feb 03. 2024

그냥 하는 거야 그냥 해야지

습관

이제 고작 일 년도 되지 않은 흰색 벨트 수련생에게 벌써 정체기가 찾아온 건가? 매일 같은 시간 땀을 흘리며 숨 가쁘게 몸을 움직이지만 뾰족하게 달라진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답한 마음에 서둘다가 상대에게 틈을 내고 말았다.


여기서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한 가지 사실은 내 운동 신경이 둔하다는 이다. 들인 시간과 수고에 비해 변화는 더디다. 그걸 알기에 남들보다 한번 더 해보려 하고 다른 관생들에게 묻고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비록 에 띄지 않지만 꾸준 매트 위의 시간을 즐긴다. 지금은 서려 서두를 때가 아니 속도대로 움직여야 할 때다. 방향이 어긋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능숙해질 것이다. 일 말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이 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련을 마치고 숨을 돌리는 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머리는 흐트러지고 땀에 젖은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띠와 도복은 삐뚤어머리카락은 힘을 잃고 엉켜 붙었다. 헝클어지고 망가진 도 모른 채 무언가에 몰두 모습 근사하고 멋져 보인다. 끈기 있게 한 으로 내달모습에 자부심이 솟는다. 승리를 확신할 수 없라도 상대방의 기세에 눌려 쩔쩔맨다 해도 목덜미 옷깃 바짓가랑이를 고 버틴다. 


성실하게 체육관땀 흘리는 수련생들, 차가운 매트에 시린 발을 쓰다듬으연습하는 수련생들, 그들의 꾸준한 걸음과 움직임을 보면 삶과 사람 그무력하고 진부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희망을 발견한다. "체력이 좋은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예요"  대련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던 수련생, 발바닥에 스포츠 테이핑을 촘촘히 싸매면서 매일 수련는 젊은 청년이 한 말이다. '그렇지, 체력이 좋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로있나, 나부터 체력을 키우려 시작했는데 그냥 면 되겠지 했던 마음이 었구나' 매트 위에서 비루한 일상을 빛나게 하는 통찰을 만난다.


빳빳하고 까끌한 도복이 부들부들해지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무슨 일이든지 반복다보면 지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시간을 무던하게 과해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단계에 이른다. 미련하고 우직한 반복 거 부드러워진. 낯설고 어색해잔뜩  들어간 몸도 느다.   수저를 려는 아이는 수만 번 같은 을 반복다. 어떤 결심이나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 아니다. 때까지 그냥 다. 능숙함과 노련함은 그냥 할 수 있는 뒷심에서 나온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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