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산책하기
부산에서 한참을 살던 나는 임용 후 직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진영이라는 소도시로 이사를 왔다. 집에서 십분 거리면 도착하는 곳에 봉하마을이 있다는 장점은 내가 이 소도시로 정착하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늘 자연을 그리워했고, 부모님의 고향도 부산이었기에 내겐 따로 갈만한 농촌 시골이 없었다. 그래서 고향 시골이 있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었다. 특히나 어릴 적 방학 때 한참이나 시골 냇가에서 무언갈 잡으며 시간을 보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망설임 없이 소도시로 이사 올 수 있었다. 비록 아빠의 고향 시골은 없지만, 아이들의 시골은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완전한 시골도 아니기에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이 소도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봉하마을을 산책하는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틈만 나면 봉하마을을 어슬렁 거린다. 처음 봉하마을을 들렀을 땐 민주주의 역사를 기록한 장소(도로를 기준으로 위쪽)를 주로 다녔었는데, 이젠 생태 늪지가 있는 아래쪽 논밭만 다닌다. 해가 지나다 보니 농부학교에서 운영하는 텃밭도 분양받았다. 비록 올해엔 코로나로 인해 분양이 늦어졌지만, 이 텃밭에 심긴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에 하루에 몇 번이라도 놀러 오고 싶은 곳이다. 여기 와서 친해진 이웃분들은 우리 가족이 없어지면 늘 봉하마을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는 것을 잘 안다.
마음이 좀 복잡하고, 무언가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땐 산책이 최고다.
직접 볶은 커피를 담아와 여기 낮은 원두막에 앉아 글을 쓴다. 다짐관 달리 잘 안 써지는 글이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써야
I Can Make Everything by Wrighting
할 수 있으리라. 아마 브런치 앱을 이용하는 다수 이용자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하겠지.
그림도 배워보려 한다. 다시 계획을 세운다.
다시 나를 추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