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비야 대성당-이교도들의 핀볼
<12>세비야 대성당-이교도들의 핀볼
세비야 대 성당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으로 고딕 양식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부분에 완벽한 묘사가 있고, 벽에는 층층이 성인들의 부조가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성인들과 자꾸 눈이 마주치는데 이교도인 나를 혼내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에 지은 죄가 많다 이놈!’이라며 윽박지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라나다 대성당보다 빛이 덜 들어오고, 내부의 파이프 오르간이 목재 장식으로 되어있어
화려하고 섬세한 느낌보다. 고압적이고, 웅장한 인상을 전하고 있었다.
기독교인인 동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지식이 섞이고, 쌓이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러다가 인간의 삶이 핀볼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과 우연으로 이루어진 핀볼처럼 우리도 자유의지만큼이나 우연들의 연속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한 핀볼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핀볼 기계의 구석에 껴버린 한 볼이 스쳐 지나가는 다른 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서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는 에피소드식으로 구성된 이야기다.
‘이 책이 잘 된다면 꼭 책이나 만화로 내야지!’라는 귀여운 상상을 하며
우리는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을 한 바퀴 도는 곤돌라를 타기로 했다. 줄 서있는데 앞에 정말 귀여운 꼬마가 있었다.
“올라!” 인사를 하니 꼬마는 신이 나서 이름과, 나이, 무릎에 상처가 난 경위를 술술 읊어주었다.
스페인어를 하나도 못하는 나는 꼬마의 이름, 나이밖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배를 타고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손 흔들고 소리쳤다.
그리고 동은 본인이 장보고의 후손이라 주장하였고, 이를 증명하듯 노젓기의 달인이었다.
물의 흐름을 지배하며 우린 선두로 달렸다. 애초에 다른 이들이 여유를 즐길 때 우린 스포츠를 즐겼다.
그리고 나는 어렸을 때 합창단을 하던 경력으로 다리 밑을 지날 때 ‘카로 미오 밴’을 열창했다.
다리 밑은 에코가 빵빵해서 노래하던 시절과의 큰 간극을 잘 메워주었다.
그리고 다리 밑에서 나왔을 때 다리 위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잊을 수 없는 황홀한 경험으로 삼고,
해가 지자마자 술을 홀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