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복통-스페인 여행기22

<22> 이비자 풀파티-어른들의 파라다이스 <상>

by 평양이디엠

<22> 이비자 풀파티-어른들의 파라다이스 <상>


그리고 이비자의 마지막 날 잊을 수 없다.

우리는 돈이 없기 때문에 이비자에서 다들 간다는 요트파티를 갈 수 없었고,

대신 저렴한 편인 풀 파티를 가기로 했다.

우리 룸 셰어 하시는 분들은 의지의 한국인들이라

아침에 게타 파티에서 나와 조식까지 챙겨 먹고, 한두 시간 자고 바로 요트파티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요트파티가 끝난 뒤엔 또 그날 밤 클럽에 갔다는 것이다.

게으르고 돈도 없는 우리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이비자공항 로커에 넣어두었다.


해변을 따라 걸으며 풀 파티장으로 가는데 두 번이나 강도를 만났다는 한국 여행객을 만났다.

외국인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요청하기에 꺼림칙했던 우린 그분들의 사진을 찍어드리고

우리 둘 투 샷도 찍어달라고 했다.

핸드폰을 사고 첫 투 샷이었다.


그리고 우린 천국에 입성했다.

태어나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을 꼽자면 풀 파티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살면서 이렇게 황홀한 곳에 와본 적이 있었던가? 흥분이 아직 가라앉질 않는다.

풀에서 우리가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우리 옆으로 와서 같이 춤을 춘

두바이에서 온 사라 언니 언니는 인간 탈곡기였다.

아니 연체동물 같기도. 언니는 우리에게 춤을 알려줬다.


“너희 섹시하고, 너무 귀여워 그러니까 자신감을 갖고 춤을 춰봐~여기 다들 취했어 신경 쓰지 말고 이렇게 흔들어”


언니는 단단히 오해하고 계셨다. 우린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몸으로 자신감만 갖고 춤을 추고 있었단 말이다.


자신감을 갖고 골반을 이렇게 이렇게 흔들어봐~하는데 이건 자신감의 문제가 아니고

삐걱거리는 내 골반의 문제였다.

언니가 내 골반에 손을 얹어 흔들어 주니까 내 몸짓이 조금 고쳐졌다.

그 이후로 봉인풀린 골반처럼 신이나서 흔들어제꼈다.

신나서 노는 우리에게 영국에서 온 언니도 같이 모여서 춤을 췄다. 그래서 신이 나서 흔들어젖혔다.

우리가 너무 재밌게 논다고 다 같이 여행 온 친구냐고 해서 우린 막 10분 전에 만난 사이라고 말해줬다.

사라 언니는 춤에 미친 사람이었다. 내 손은 언니 허리춤에 잡고 가서 트월킹을 하고, 물 밖으로 끌어내서 춤을 추게 했다.


나는 동화 빨간 구두에 나온 소녀처럼 춤을 멈출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멈추면 사라 언니가 바로 몸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속으로 엉엉 울면서 몸을 흔들었다. 언니가 신들린 듯이 흔들어젖히니까 주위 사람들이 호응하며 동영상을 찍었다.

그 프레임에 정말 들어가 있기 싫었지만 사라 언니는 나를 잡고 자꾸 트월킹을 했다.

그렇게 뉘엿뉘엿 해가 질 즈음까지 글리터가 떠다니는 광란의 풀 파티에서 놀았다.

동 보다 내가 하나 나은 점이 있다면 춤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나보다 더 삐걱거리는 비범한 동은 춤을 못 춘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이 순간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온다.


동이는 손목에 걸어놓은 라커 열쇠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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