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셰퍼드의 안녕과 평화를 바라며 그라나다로 가는 길
<6> 셰퍼드의 안녕과 평화를 바라며 그라나다로 가는 길
미술관에서 완전히 나온 우리는 늘 그렇듯 걷고 또 걸었다.
걷다가 해도 졌고, 마드리드의 야경을 보면서 쉬지 않고 걸었다.
마치 걷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목적없이 거닐었다.
스페인 광장에도 가고, 스페인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뽈뽀를 먹었다.
뽈뽀…스페인어로 문어를 이르는 말이다.
굉장히 맛있어서 지금도 침이 고이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뽈뽀를 못 먹어서 슬플 정도다.
우리가 간 곳은 이사벨의 문어 가게였다. 유료 식전 빵을 먼저 서빙해 주는데
빵은 지우개 가루처럼 퍼석거리고 맛이 없었다.
그렇지만 뽈뽀는너무 맛있어서 샹그리아 건배하는 것도 잊고 호로록 다 먹어버렸다.
문어도 먹고 이제 배불러서 신나게 빨빨거리며 야행을 하는데 누가 말을 걸었다.
우린 도둑놈이나 사기꾼인 줄 알고 무시하고 가는데 한국 사람이었다.
그분들이 맥주를 사주셨다. 두 분 다 재미는 없어서 맥주도 사줬으니 유창한 말솜씨로 우리가 웃겨드렸다.
아 그리고 나의 꿀팁!
스페인은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나름 준비해 갔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아기 돌 반지 복주머니 하나를 준비해 가서
현금 일부분을 떼어 넣었다.
그리고 그 끈을 브라에 잘 묶고, 복주머니를 브라 속에 잘 넣고 다녔다.
동에게도 하나 줬는데 동은 브라를 안 해서 넣을 곳이 없었다.
스페인에 가기 전 우리를 불안해하는 언니들이 지퍼 달린 팬티에 돈을 분할해 넣으라며,
지퍼가 달린 괴상한 팬티를 추천해 줬는데
그건 왠지 모양새가 안 좋고, 찝찝해 차라리 위 속옷으로 결정했다.
둘 다 모양새가 우습지만 왠지 팬티보다 브라가 나은 것 같다.
아침으로 납작 복숭아와 어제 먹다 남은 바게트를 챙겨 먹었다.
El sur에서 문어요리를 먹었는데 돌아오고 한참 뒤인 지금 순위를 매겨보아도 최고인 스페인 최고 맛집이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그라나다로 향했다.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평원과,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에서 똑 떼어온 것 같은 구름들…
낭만적인 풍경 속에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이 있었다.
버스 아래 트렁크 칸에 셰퍼드 한 마리가 있었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 줄로 묶인 셰퍼드는 내내 낑낑거리며 울부짖었다.
그라나다로 가는 5시간 동안 우리는 아름다운 창밖 풍경과 대비되는
강아지의 고통스러운 신음에 마음이 먹먹해져 갔다.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버스 문 위 열리고, 셰퍼드가 주인과 함께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이 나라의 아주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있는 여행객이기 때문에 깊이 알 수 없지만
스페인의 정서는 가족이 아니고, 개는 개라고 생각하는 걸까?
조심스럽게 꺼내는 의견으로, 짐칸에 개를 묶어두고, 캐리어들과 함께 방치한 행동은 학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강아지들을 생각해 보면 해피, 아띠, 포포, 안냥이, 모찌 등등
귀여운 이름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때마다 발톱 깎고, 이발하고, 가족같이 지낸다.
우리 포포만 해도 엄마 아들이자, 내 동생이다.
살면서 가장 괴로운 5시간이었다.
셰퍼드의 앞으로의 생은 행복한 일만 있길, 부디 주인이 조금 더 사려 깊어지길 바라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