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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제시 Oct 26. 2022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받다



Papyrus ㅡ 12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달로 서구권 국가에서 가장 활기찬 시즌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유독 쓸쓸한 날이다. 크리스마스를 2주나 앞둔 주에 Annosheh (토론토 총괄 매니저)가 조만간 직원들끼리 함께 모여 홈파티도 하고 시크릿 산타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을 꺼냈다. 그리고 진짜 얼마 지나지 않아 파티 날짜가 정해졌다며, 쪼마난 통 하나를 들고 안에 들어있는 쪽지를 하나씩 뽑으라 했다.


시크릿 산타는 일종의 마니또 같은 이벤트로 제비뽑기로 다른 여러 직원들 중 한 명의 산타가 되어, 몰래 선물을 준비해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뽑기를 해서 누군가의 시크릿 산타가 되었다.


직원들은 각자 자기가 누굴 뽑았는지는 밝히지 않고, 일하면서 틈틈이 무얼 받고 싶은지를 은근하게 얘기하곤 했다. 나는 당시 매장에 출근하기 전 항상 스타벅스를 들려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테이크 아웃해오곤 했기 때문에,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가 최고지! 하며 누군지 모를 내 시크릿 산타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이런 내 말 한마디에 무려 5만 원짜리의 기프트 카드를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숨겨둔 내 시크릿 산타... 사랑합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처음 경험하는 외국에서의 크리스마스 홈파티에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컸던 이유는, 외국 특유의 포트럭(Potluck) 파티 문화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초대를 한 사람이 모든 음식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의 파티 주최자는 간단한 음식과 장소만 제공하고, 음식은 오히려 초대받은 사람들이 각자 취향에 따라 자신 있는 요리, 혹은 술, 디저트 등을 가지고 와서 함께 서로의 음식을 나눠먹는다고 했다. 다들 뭘 준비해갈지 들떠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평소에도 라면, 파스타 요런 간단한 음식만 해 먹어봤지, 뭔가 메인 디쉬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본 적 없는 나라서.. 그래도 나름 코워커 중에서 동양인은 나 하나인데, 뭔가 한국 요리를 맛보게 해 줘야겠다는 사명감도 있었고, 그만큼 동료들도 내게 기대하는 커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홍콩에서 요리사 셰프 출신이었던 Jonalyn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원래도 서양 음식부터 홍콩, 중국, 일본, 한국 할 것 없이 다양한 나라의 음식에 관심도 많은 조날린이었기에, 나의 갑작스러운 sos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줬다. 조날린과 내가 고민 끝에 선택한 요리는, 이름하야 불고기 잡채! 고기 좋아하는 서양인 취향에 맞게 고기 잔뜩- 넣은 잡채라고 해야할까나?


재료는 핀치역 근처 갤러리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고, 조날린의 오더에 따라 당면을 삶고, 버섯 당근 양파 등을 손질했더니 1시간만에 뚝닥- 완성해냈다.






이른 아침부터 눈이 펑펑 내리던 그날. Sophia가 픽업을 해주러 부모님 차를 몰고 집 근처로 데리러 와준 덕분에 편하게 파티 장소까지 갈 수 있었다. 총괄 매니저가 여는 파티라 그런지, 현관에서부터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알고 보니 다들 기본 2~3년은 일을 한 시니어들이라, 이번 신입은 나뿐이라는 사실에 당황하면서도... 수십 명의 새로운 얼굴들과 정신없이 인사를 나눴다. 간단하게 통성명을 하고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다들 분주하게 Christmas party를 준비했다.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하나 둘 꺼내니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테이블이 가득 찾고, Annosheh가 미리 준비해둔 샴페인부터 와인, 맥주 등까지 취향에 따라 하나 씩 쥐어 들고서야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됐다. 확실히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사람들 답게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싶었다. 안 그래도 낯가림도 심한데 적응 안 되는 얼굴들과 목소리 톤, 발음들에 괜히 주눅 어서, Sohia와 Becca 옆에만 딱 달라붙어서 조용히 접시에 음식만 퍼먹고 있으니 낯선 이들이 한 마디씩 걸어준다.


'이게 한국 잡채야?'

'너무 맛있는데?'

'잘 먹을게!'


걱정했던 거와 달리 외국인 입맛에도 잘 맞나 보다. 그 와중에 크리스마스이브에 생일이었던 Jackie의 생일 파티도 깜짝 진행되었고, 다 같이 모여 인증 사진도 찍고, 술과 음식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하이라이트라는 시크릿 산타까지 어우러진 훈훈한 파티였다.




이날의 느낀 점 :


1. 캐나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여긴다.

2. 선물을 줄 때도 포장에 엄청 신경을 쓴다.

3. 외국 사람들도 잡채를 좋아한다.

4.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도대체 언제쯤 말이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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