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추위도 많이 타는 내게,
토론토의 겨울은 추워도 너무 추웠다.
요 며칠 영하 10-12도 사이로 유지되고 있는데,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30도 수준이다... 밖에서 에어컨 바람이 쌩쌩 부는 느낌이랄까? 그런 와중에 날씨 어플에서는 Warming 경고 메시지가 계속 뜬다. 뉴스에서도 온통 주말 날씨 얘기... 프리징 레인이 온단다. 그게 뭔데? 얼마나 대단하길래?
말 그대로 어는 비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다가 0도 아래로 내려간 기온으로 인해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땅이나 나무, 자동차에 닿자마자 바로 얼어붙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꽁꽁 얼어버리는 데는 그 어느 것 하나 예외가 없다고 한다. 이 프리징 레인으로 인해 온타리오주의 나아가라 폭포가 얼어붙기도 하고, 몇 년 전 토론토는 2주 넘게 정전이 되기도 했단다. 프리징 레인이 전깃줄에 붙어서 무너지면서 전봇대도 넘어지고 전깃줄도 끊겼다던가... 그만큼 겨울 날씨 중 위험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Freezing Rain이다.
주말 내내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가 지속됐다. 프리징 레인은 눈이랑 달라서 내릴 때도 타닥타닥 소리가 난다. 눈이 포근하게 내리는 느낌이라면 프리징 레인은 하늘에서 마치 굵은소금을 뿌리듯 딱딱한 느낌이다. 눈과 달리 결정체가 커서 그런지 더 빨리 얼어붙고 딱딱해진다.
경고까지 내려진 터라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일요일 저녁쯤 되자 빗소리가 멈췄고 '금방 비가 그쳤네' 하며 대수롭지 않아 하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블라인드를 걷어 올렸다. 시야가 어둡긴 했지만 어젯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출근 준비를 하고 현관문을 나서다가 몸이 갸우뚱한다. 어젯밤 비로 인해 땅이 다 얼어버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앞집에 사는 꼬맹이는 마치 스케이트를 타 듯이 꽁꽁 언 빙판길 위를 미끄러지며 걸어간다.
길보다는 눈 쌓인 잔디 위가 낫겠다 싶어 잔디 위로 올라가니 얼어붙은 눈이 내 발아래서 바스러진다. 뿌연 안개까지 내려앉아 가시거리도 썩 좋지 않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도 미끄러운지 정지 표지판이 있는 곳 앞에서 정차를 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평소라면 5분 만에 뛰어갈 거리를 혹시나 미끄러질까 싶어 다리에 온 힘을 다 주고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으며 걷다 보니 거짓말 안치고 20분은 더 걸린 것 같다.
조심조심 아래를 내려다보고 걷고 있으니 목도 아프다. 혹시 추울까 두꺼운 외투를 입고 나오기도 했고,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으니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등 뒤로 땀이 흔건했다. 겨우겨우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와야 하는 버스는 오지 않았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모두 전화기를 붙잡고는 한참 실랑이하는 모습이 보였다. 띠리링- 울리는 핸드폰을 보아하니, 오늘은 늦어도 상관없이니 조심히만 오라는 매니저의 문자가 떡하니 와 있다.
뿌연 안개 탓에 모든 것들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인다.
오늘 하루 모두들 별 사고 없이
안전하게 회사로 출근을, 혹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