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Epilogue)
4월이라는 봄에 시작해서, 뜨겁고도 강렬했던 빅토리아에서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 따라 토론토로 지역 이동을 해서, 춥고 얼음장 같던 토론토의 겨울을 지나, 다시 돌아온 봄... 내 워킹홀리데이 생활도 1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사이 나는 홈스테이와 룸쉐어를 각각 경험한 후 자취와 요리는 나와 맞지 않구나를 격하게 깨달았고, 감사하게도 좋은 일자리들을 구해서 일하며 번 돈으로 여행도 다니며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도 많이 쓸 수 있었다.
솔직히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처음부터 힘든 일도 많았고, 주변 친구들도 고생하는 케이스라고 할 정도로 탈이 많았던 시간들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이렇게 외로울 수 있나 싶었던 순간들도 정말 많았는데, 다행히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어쩌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을 그런 추억들을 많이 쌓았다. 많이 배우고, 위로받고, 또 반성하고 하면서 내 내면이 차오르는 걸 많이 느꼈다. 그리고 힘든 날들을 지내오면서 그 속에서도 분명할 정도로 느낀 바가 있다. 확실히,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보다 캐나다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짜 1년을 버틸 수나 있을까 싶었었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인데, 막상 그 시간들이 지남에 참 아쉬우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여행을 더 많이 다니지 못한 한을 마지막에 미국 여행으로 풀 수 있어서 벅차고, 뭐라 설명할 수가 없는 감정들이 솟구쳤다.
아쉽지만 행복하고 그립지만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은?
직접 부딪혀서 얻은 경험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만큼 배운 게 컸으니, 타국에서 생활을 하는 게 한국에서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색다르고 재밌긴 했다. 자연이 예쁜 곳이라 그런 곳을 해 집고 다니는 것도 좋았고 그냥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 자체가 신기하고 특별했다. 경험이 별게 경험이냐 그냥 외국인이랑 영어로 대화 한마디만 해봐도 경험이지. 워홀은 진짜 영어/경험/돈 이런 거 다 떠나서 정말 '멘탈지키기!!!" 에 별표를 백개는 그려줘도 모자라다.
좌절하면 멘탈이 끝도 없어 무너지게 되기 때문에.. 나도 처음엔 좌절을 여러 번 겪고 너무 힘들어서 다 그만두고 돌아갈까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생각했지만, 그때마다 응원해주고 다독여 친구들을 보면서 이 악물고 버텼다. 그런 시간들을 보낸 뒤에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됐고 '나'를 잘 안다는 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난 경험도 하고 영어도 공부하고 싶고 뭔가 더 성장하고 싶고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래서 워홀을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결론적으로 결과가 어땠든 그냥 난 타국에서 열심히 살았고, 후회 없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들을 보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도 버릴 줄 알게 되었고 나를 힘들게 하던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캐나다 워홀기를 돌아봤을 때 가장 뿌듯한 건 이렇게 내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본인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만족도는 확연히 달라지겠지만....!
결국 노력하는 대로 얻을 수 있는 시간들이, 워킹홀리데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