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자정으로 넘어가는 시간, 캐나다에서 썸머타임 (Summer time)이 시작된다. 썸머타임은 영국식 표현이고, 미국식 표현은 Daylight Saving Time, 줄여서 DST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무래도 캐나다는 영연방이니까 썸머타임이라고 하려나? 한국어로는 일광절약 시간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데, 캐나다에서는 자연 일광을 보다 잘 활용하기 위해 여름철에 표준 시간에서 1시간 앞으로, 그리고 가을에 다시 시계를 1시간 뒤로 설정하는 관행이다. 헷갈리지 않게 "Spring forward, fall back" 이라는 말도 있다고.
그리하여 12일 새벽 1시 59분은
2시가 되지 못하고
3시로 넘어가 버렸다.
내가 자는 동안 누가 내 1시간을 훔쳐가는 게지. 다행히 휴대폰 시계는 국가별 자동 설정에 따라 누구보다 빠르게 시간을 앞당겨줬다. 아날로그식 시계는 수동으로 바꿔줘야 했지만 말이다..
과연 신기하게도 7시가 넘어서도 해가 지지 않고 있어서 확실히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고 있다. 3월이 시작되니 날씨도 선선해져 그간의 춥고 건조했던 토론토의 계절도 정말 바뀌는구나 싶었다. 한국에선 아무리 봄이라도 저녁 먹을 때쯤이면 하늘이 어두컴컴해졌던 것 같은데, 이렇게 또 한 번 내가 지금 한국의 반대편 땅을 밟고 있구나를 깨닫게 된다.
한국과 14시간이던 시차가 13시간으로 줄어드니 가족들이랑 전화할 때도 '혹시나 자고 있지는 않을까' 를 '덜' 걱정하며 다이얼을 누를 수 있게 되었다. 또, 분명 같은 시간임에도 낮 시간이 길어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10시에 파피루스 Papyrus, 마감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동네에 내려 핑크빛 하늘 아래에서 선선한 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걷다 보면 별거 아닌 그 순간이 그리 청량하게 느껴지곤 했다.
아주 서서히 지는 토론토에서의 해와 함께
내 워홀 비자의 유효기간도 어느덧 끝을 향해간다. 그리고 나는 그 끝을 다시 시작으로 바꾸기 위한 또 다른 궁리를 하게 되는데....